이낙연 '신복지' 구상, 재원 방안도 함께 밝히길

입력
2021.0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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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아동수당을 만18세까지 확대하고 전 국민 상병수당을 도입하는 등의 신복지제도 구상을 밝혔다. ‘국민생활기준 2030’으로 이름 붙인 이 제도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생활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적정기준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구체화하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위한 범국민특별위원회도 설치하겠다고 했다. 복지제도의 새로운 틀을 짜자는 야심 찬 제안으로 차기 대선 레이스의 대표 브랜드로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본소득을 내세우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별화하려는 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 성장에 걸맞은 복지 확대를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그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복지 확대 논의를 실질적으로 촉발시키기 위해선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경제 성장만 언급한 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장밋빛 비전만 거론하고선 핵심 쟁점은 피한 셈이다.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중복지 중부담’의 원칙을 내놓아 주목받았던 것은 부자 및 대기업 등의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증세 논의 없이는 아무리 좋은 복지 구상도 힘을 받기 어렵다. 이 대표의 구상 역시 증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없다면 선거용 브랜드로만 활용될 것이다.

이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며 보편과 선별 지원 모두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즉각 “전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역시 재원 문제 때문이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보편 지원을 병행하는 것은 선거용 지원이란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