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잇단 '아니면 말고' 화법에…혹 떼려다 혹 붙인 격

입력
2021.02.02 13:00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늘 논란의 중심에 서
北 원전 논란 던져놓고 "추론이었다"    
국민 정서 고려 안 한 발언도 여러 차례

21대 국회를 통해 정치권에 입성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잇따른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으로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윤 의원은 일단 정치권에서 공방이 될 발언을 던진 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그게 아니었다'며 말을 쉽게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2차 가해 논란부터 최근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까지 잇따라 터졌다. 정치권의 정쟁에 늘 윤 의원이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사실 확인이 안 된 내용이거나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정치인의 메시지는 무게가 남다르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삭제한 북한 원전 건설 자료는 박근혜 정부 때 논의된 자료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건넨 USB에 해당 자료가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이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적행위'라며 규탄하자 역공을 편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든 자료이기에 이적행위는 오히려 현 정부가 아닌 국민의힘이 한 것이라고 비판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윤 의원은 하루 만에 "추론이었다"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산업부가 윤 의원의 말이 거짓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2018년 4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자료"라며 "삭제됐다고 나온 자료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자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산업부의 반박에 대해 "박근혜 정부 때에도 검토됐을 것이란 추론이었다"며 "문건의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허위였음을 시인한 셈이다.

윤 의원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결국 거짓말을 한 책임을 지게 됐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2일 "윤 의원의 단정적 주장은 명백히 박 전 대통령과 당시 산업부 소속 업무 담당자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히 떨어뜨리는 극악무도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며 윤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


전세난 때 "전세 소멸 아쉬워하는 건 개발시대 의식 수준"

대중의 공분을 산 윤 의원의 발언은 앞서 두 차례나 더 있었다. 전세 대란이 일었던 지난해 8월 윤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건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말 정부·여당이 추진한 임대차 3법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국민의 주거 불안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튿날인 같은 해 8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건 매우 정상"이라며 "전세 제도가 소멸하는 걸 아쉬워하는 분들의 의식 수준은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한 건 물론 전세 마련을 바라는 국민을 향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윤 의원 본인은 월세살이를 해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윤 의원을 질타했다.

한때 2주택자로 알려져 발언 자격 논란까지 이어졌는데, 서울에 연립주택을 보유하고 지역구인 전북 고창군에선 월세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이틀 뒤인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각자 주어진 여건에 따라 전세를 선호할 수도 있고 월세를 선호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기에 이를 경계하고자 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박원순 사건 2차 가해 논란 해명 5개월 뒤 또 말 바꿔

윤 의원은 이보다 한 달 전에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가짜 미투'라고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측근이자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7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선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후 전개될 진위 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과 논란 과정에서 입게 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서 답하신 게 아닐까"라며 "침실 등 언어의 상징 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건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발언을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란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윤 의원은 이튿날 "피해자의 고통을 눈치채지 못해 미안하다"며 상반된 내용을 올렸다. 그는 14일 "일부 언론에서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자신의 발언을 사과한 윤 의원은 5개월 뒤 이를 뒤집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지난해 12월 말 경찰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자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필귀정"이라고 적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