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여성들은 성매매를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학술지에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이나 독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 영구화 등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발표되는 논문이라 일본 우익 세력의 위안부 정당화에 사용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점쳐진다.
문제가 된 글은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오는 3월 출간되는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드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제65권에 실리는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램지어 교수가 이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과 일본군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은 것뿐이라며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램지어 교수는 또 “위안부 여성들은 성매매를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여성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본군과 계약을 맺고 매춘을 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위안부=성 노예’ 라는 설을 부정했다며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군이 과거 조선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았다는 잘못된 이미지가 세계에 퍼지고 있다”며 이번 논문을 통해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밝힌 견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 중 하나인 ‘고노(河野) 담화’와도 배치된다. 고노 담화는 지난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한 담화다. 고노 장관은 당시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며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런 경우에도 감언(甘言),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램지어 교수는 일본 친화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소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으며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旭日章) 6가지 중 3번째인 욱일중수장(旭日中綬章)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