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국민이 원하는 시대 정신은 ‘공존의 정의’”라고 규정했다. 전임자인 추미애 전 장관이 임기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것과는 달리, 향후 검찰 조직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거듭 강조하며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는 등 뼈 있는 말도 잊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당분간은 긴장 관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법무행정 총책임자로서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에 따라 ‘공존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존의 정의에 대해선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의’라는 단어를 7번 쓰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를 위해 필요한 수단 3가지로 △인권보호 △소통 △적법절차를 꼽았다. 우선 인권 보호와 관련, 그는 “인권은 우리사회가 함께 지켜내야 하는 가장 고귀한 가치”라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인권친화적 법 집행과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에 대해선 “법무ㆍ검찰 구성원들과 수시로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며 “장관실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추 장관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추 전 장관의 경우 검찰을 ‘싸워야 할 적’으로 상정하고, 극한의 갈등 국면을 만들어 국민적인 피로감을 만들어냈다”며 “박 장관이 취임식에서 공존을 앞세운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과 대화하겠다는 말까지 한 걸 보면, 추 전 장관의 전례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그는 “국민의 검찰개혁 명령을 완수하려 한다”며 “권력기관 개혁과제를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수사권개혁법령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며 “위법한 수사를 통제하는 사법통제관으로서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조직 재편’도 강조했다.
특히 ‘절차적 정의’를 언급하면서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낡은 관념과 작별해야 한다”면서 검찰을 향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박 장관은 “검(劍)은 사람을 해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며 “절제되고 올바른 검찰권 행사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활인(活人)의 길을 함께 걸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석열호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