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스크'로 수천명 몰려도 이스라엘 경찰은 '노 터치'

입력
2021.02.01 17:00
유명 랍비 장례식에 유대교인 수천명 몰려들어
일부선 총선 앞두고 유대교인 표심 의식한다는 분석


이스라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회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초정통 유대교 신도들이 저명한 랍비(유대교 율법교사)의 예루살렘 장례식에 몰려들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랍비 메슐람 솔로베이치크는 이날 99세로 타계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몇 달 동안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례식에는 평소 정부의 방역 조치를 거부해온 초정통 유대교인 수천 명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거리를 활보하는 행진 방식으로 거리에 나왔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 코로나19로 숨진 이를 노마스크로 애도하는 모양새였다.

현재 이스라엘은 10명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 폐쇄 등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64만명에 달하지만 총 사망자는 4,700여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총인구 3분의 1이 최소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아 인구 비율 접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정통 유대교인, 코로나 확산에도 학교와 회당문 오픈 강행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감염세가 줄어들지 않아 3차 록다운 조치를 한 주 더 연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이동 제한은 물론 학교 폐쇄 및 비필수 경제활동 금지의 봉쇄령을 다시 내렸다.

하지만 당국의 강력한 방역 수칙에도 불구하고 초정통 유대교인들은 이에 저항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유대교도들은 학교와 회당문을 계속 열고, 대규모 집회 형식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다. 마스크 착용과 집회 금지 등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거나, 단속에 반발해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적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날 경찰은 장례식으로 향하는 신도들을 해산시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묘지로 가기 위한 교인들의 행렬이 지나가도록 차량의 교차로 진입을 막았다. 덕분에 교인들은 도심을 통과해 거리를 누볐다.

초정통 유대교인들은 전 인구의 11% 정도지만 코로나19 감염자 중에서는 약 35%에 달한다. 특히 학생 감염자의 경우 절반이 초정통 유대교인이다.

일부에선 2년 동안 3차례 총선을 치르고도 정부 구성에 실패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3월 말 네 번째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불법을 못 본 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