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명왕성 지위 박탈에 동의했을 것"

입력
2021.02.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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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클라이드 톰보


미국 일리노이주의 24세 천체 마니아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1906.2.4~ 1997.1.17)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직접 렌즈와 반사경을 깎아 만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던 열정 덕에 1929년 4월 애리조나 로웰 천문대 연구원으로 취직했고, 이듬해 2월 명왕성(Pluto)을 발견했다. 그 공로로 이듬해 영국 왕립천문학회 메달까지 받으며 교수들보다 유명해진 그는 캔자스대에 진학해 1936년 학사학위를 받았고, 뉴멕시코대 교수로 1973년 은퇴할 때까지 재직한 뒤 1980년 국제 우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막대한 예산의 명왕성 무인탐사선 '뉴 허라이즌스(New Horizons)' 프로젝트를 채택한 건 그가 숨지고 3년 뒤였다. 2006년 1월 발사된 우주선에는 톰보의 유해 일부가 실렸다. 탈출 속도 초속 16.26km로 중력권을 벗어난 우주선이 갓 화성을 지나친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은 총회 표결로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서의 명왕성의 지위를 박탈했다. 이 행성은 '134340'이란 식별 번호를 단 왜소 행성으로 밀려났다. IAU 표결이 몇 년만 일렀어도 '뉴 허라이즌스' 프로젝트도, 그의 명왕성 여행도 무산됐을지 모른다.

IAU의 결정에 누구보다 낙담했을 톰보의 아내 패트리샤는 하지만 "남편은 과학자였다"고, "만일 살아 있었다면 그도 그 결정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천문학자인 해럴드 레비슨은 "(하지만) 톰보는 9번째 행성보다 훨씬 흥미로운 천체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를 발견했다"고 헌사했다. 카이퍼 벨트는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 된 해왕성 궤도 너머의 소행성 및 오르트구름 천체를 가리킨다.

톰보는 인류가 창조한 가장 품 넓은 종교라 해도 될 '유니테리언 만인 구원론자협회(Unitarian Universalist Association)' 신자였다. 인간 존엄과 평등한 가치, 정의와 우애, 평화와 자유, 무엇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종교라고 한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