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濕地)의 사전적 의미는 '물기 있는 축축한 땅'이지만, 습지학계가 대상으로 삼는 습지는 수심 6m 이내의 연안을 포함, 민물과 바닷물, 염수와 담수가 섞이는 강어귀 기수(汽水)지역을 포괄하는 제법 넓은 영역이다. 내륙의 늪과 습원, 이탄지 말고도 저수지, 천변, 논도 다 습지다.
습지는 물의 자연 정화기이고, 생명 활동의 필수원인 담수의 저장고이며, 생물종 40%가 나고 자라는 산실이며, 한 해 평균 1,200만톤이 넘는 물고기와 연간 35억 명이 먹는 쌀의 공급처다. 습지에서 생계를 잇는 이만도 10억명이 넘는다. 1에이커(4,046㎡)의 습지는 약 150만 갤런(약 5,680만ℓ)의 물을 흡수, 저장해 홍수 등 재난의 파괴력을 순화하고, 숲보다 2배가 넘는 탄소 저장 능력으로 기후 위기의 방벽 구실도 해낸다. 한 연구소는 이 모든 것의 경제적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47조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산업화가 본격화한 18세기 이래 지구 습지는 약 90%가 사라졌다. 끊임없는 개발 붐에 밀려 잔존 습지도 숲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 습지에 깃들인 생물종 약 25%, 담수 생물종은 최소 3분의 1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철새도 직격탄을 맞는 대표적인 생물종이다. 그들에게 습지는 장거리 여행 중 반드시 거쳐야 할 "공항이자 호텔이고 레스토랑"이다.
선진국에서야 잘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지금도 지구인 약 22억명이 건강 위협을 무릅쓰고 오염된 물을 소비하고 있고, 2017년 기준 45개국이 물 자원을 두고 분쟁을 경험했다. 인류가 기후 위기로부터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면, 미래 분쟁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물이 될 것이다.
1971년 2월 2일, 국제사회가 이란 카스피해 도시 람사르에 모여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을 체결했다. 습지 기능과 가치를 연구하고 알려, 보존과 활용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규제도 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오늘, 세계습지의 날이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