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엑소더스 시작되나…英, 97년 반환 전 출생자 이민 늘린다

입력
2021.01.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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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맞서 31일부터 특별비자 발급
5년간 30만 이주 예상... 신청률 300% 폭증
중국 "인정 못한다" 반발... 투표권 박탈 검토

영국이 홍콩의 중국 반환 전 태어난 홍콩인들에게 31일(현지시간)부터 이민 문턱을 크게 낮춘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맞서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해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부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ㆍBNO) 여권을 지닌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특별비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BNO 여권은 1997년 홍콩 반환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들에게 영국 정부가 발급한 여권이다. 특별비자는 BNO 여권 소지자와 가족이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한 뒤 1년 후에는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취업과 학업 제한도 없다. 최대 6개월 영국 체류를 허용했던 기존 제도보다 크게 확대된 조치다.

지난해 7월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영국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무너뜨렸다고 판단, 홍콩인들의 이민 문호를 넓히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홍콩의 영국해외시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게 돼 대단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으로 향후 5년간 약 30만명의 홍콩인이 영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격렬한 반(反)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로 홍콩인 BNO 여권 발급 건수는 폭증했다. 미국 CNN방송이 입수한 영국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이후 발급된 BNO 여권은 40만여건으로 지난 15년간 합계보다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최근 6개월 동안 BNO 여권 신청률이 300%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홍콩 엑소더스(대탈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BNO 여권 소지 자격이 있는 홍콩인은 약 290만명, 그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는 약 230만명에 달한다.

중국도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이미 여행ㆍ신분 증명 수단에서 BNO 여권을 제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영국의) 이민 확대 정책은 홍콩인들을 영국의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가 조치 가능성도 크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BNO 여권 소지자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홍콩 안에서는 홍콩인의 이중국적 허용 폐지안까지 제안됐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