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디오 게임 유통사인 게임스톱을 중심으로 공매도 투자자에 맞선 '불개미'의 강공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700% 폭등이란 비정상 주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미들이 매수에 뛰어들자 백악관까지 나서 경고에 나서는 등 최근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월가 헤지펀드 세력과 개인투자자의 유례 없는 대결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기업 실적과 전혜 무관한 최근의 주가 폭등을 두고 개미들의 '폭탄돌리기'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 게임스톱은 전날보다 44.29% 폭락한 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그야말로 극한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초반 매수세가 쏠리며 한때 40% 가까이 오른 480달러선까지 치솟더니 이내 하락세로 돌아선 결과, 장중 112달러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무려 1,700%대에 달하는 폭등세를 연출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결과로 풀이되는데, 주주들로선 아찔한 급등락에 현기증을 토로할 만한 장세였다.
이날 급락은 로빈후드와 인터렉티브브로커스 등 현지 주식거래 플랫폼들이 주가 변동성을 이유로 게임스톱 주식거래를 제한한 영향이 컸다. 특히 수수료가 무료인 로빈후드는 미국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거래 앱으로 알려져 있다.
개미들도 참지 않았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빈후드 이용자들은 로빈후드의 주식 거래 제한으로 투자 기회를 잃었다며 이날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 을 제기했다. 미국 개미의 집결지로 유명세를 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도 '로빈후드 집단소송'이란 대화방이 만들어져 개설 당일에만 2만명 이상이 가입했다.
미 정치권까지 비판에 나서자 결국 로빈후드는 거래 제한 하루 만에 "제한적인 재개" 방침을 밝혔다. 이에 게임스톱은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61% 재차 급등한 상태다.
과거 공매도 세력의 주타깃이었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까지 연일 개미들에 화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다? 공매도는 사기"란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지난 27일에도 'GameStonk!라는 트윗을 올렸다. Stonk는 '맹폭격'이란 뜻으로 머스크가 개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이른바 서학개미까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스톱 전투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게임스톱 주식 결제액(매수와 매도를 합한 것)은 1억274만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 1,146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전날(789만달러)의 약 13배로 불어났다.
주식정보가 오가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오늘도 참전하실 용사분들, 공매도 세력 타도합시다" "하락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야수의 심장으로 대응합시다" 같은 주식 매수를 독려하는 글들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이상 과열에 대한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의 가치(펀더멘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 '투전판'으로 변질된 현 주식시장에 대해 "투기 광풍의 현 주소"라고 전했다.
게임스톱 사태를 마냥 남의 집 불구경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임스톱 주가 폭등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본 공매도 세력(헤지펀드)이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주식을 매각한 결과가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에만 100조원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공매도 세력의 움직임이 또 다른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단기 폭등은 펀더멘털 변화가 제한된 상황에서의 주가 폭등으로 충분히 버블 우려로 볼 만 한 사안"이라며 "경기 불황이 해소되기도 전에 이런 비이성적인 주가 폭등이 확대되면 버블 형성과 붕괴로 자칫 더블딥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