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고대인들도 윙크를 했을까? 만나면 서로 악수를 나누고 신나면 손뼉을 쳤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놀라면 입을 가리고 화가 나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을까? 미래 못지않게 과거를 상상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약 3,000년 전 고대 사회를 훑어볼 수 있는 성경에 윙크가 등장한다. "눈짓을 하는 사람은 그릇된 일을 꾀하고, 음흉하게 웃는 사람은 악한 일을 저지른다."(잠언 16:30). 여기서 눈짓은 윙크를 의미한다. 지금이나 3,000년 전이나 윙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엉큼하게 여겨지는 행동이다. 세리머니나 퍼포먼스가 아니면 윙크는 삼가는 게 좋을 듯하다.
지혜 문헌인 잠언에는 인간의 여러 면모를 그냥 있는 그대로 전하는 구절들이 많다. 성경이니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믿어라'하며 교조적 메시지를 전할 것만 같은데, 그냥 가치중립적인 내용을 잠언은 자주 말한다. "뇌물을 쓰는 사람의 눈에는 뇌물이 요술방망이처럼 보인다.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이 없다."(17:8). 그러니까 뇌물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여야 할 것 같은데,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있는 그대로를 첨감없이 진술한다. 윤리적 교훈을 주려 하기보다는 있는 현상을 그대로 알려준다. 인간이 인간의 모습 그대로 아는 것도 신적 계시인 것이다. 고대의 지혜가 들려주는 인간 행동에 대한 관찰을 더 들여다보자.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가라앉히지만, 거친 말은 화를 돋운다."(15:1). 같은 말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 말을 예쁘게 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떤 문제든 잘 풀어주는 열쇠 같다. 이런 인재는 누구든 귀하게 여길 것이다. "헐뜯기를 잘하는 사람의 말은 맛있는 음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데로 내려간다."(18:8). 얼마나 맛있는지, 삼천 년 후에 인간은 인터넷 댓글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았다. 모여서 나누는 상사 뒷담화는 회식자리 음식을 더 감칠맛 나게 할 것이다.
"남에게 나누어 주는데도 더욱 부유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땅히 쓸 것까지 아끼는데도 가난해지는 사람이 있다."(11:24). 신기하게도 공감이 간다. 어쩌면 물질은 쓰려는 사람에게 가는가 보다. 나누어 주라는 윤리적 강령은 없지만, 격이 있는 미래 인생을 꿈꾼다면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물건을 고를 때는 '나쁘다, 나쁘다' 하지만, 사 간 다음에는 잘 샀다고 자랑한다."(20:14). 삼천 년 전이나 21세기나 시장에서 실랑이 벌이는 인간의 심리는 영원불변이다. 사람은 작은 에누리에도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누구든 세일 때를 노린다. 그런데 구매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도 그렇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자인 체하나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체하나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이 있다."(13:7). 최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데 밤에 잠도 차에서 자는 어느 사업가를 본 적이 있다. 어느 영화배우가 거지 같은 옷을 입고 나왔는데 부자들끼리는 잘 아는 명품이란다. 재물이 꼭 사람의 겉모습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실은 내면이 변한다. 정말 든든하면 드러나지 않아도 상관 안 하고, 정말 궁하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렇게 잠언은 정말로 거침없이 있는 그대로를 던져준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더더욱 마음을 맵게 한다. "마음의 고통은 자기만 알고, 마음의 기쁨도 남이 나누어 가지지 못한다."(14:10). 기쁨도 슬픔도 함께한다는 말은 말만 좋을 뿐. 진실은 어느 사람도 내 일을 나만큼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단독적이고 그래야만 한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래서 잠언은 그 무엇보다도 마음을 지키라고 말한다. "아이들아,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내가 이르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 말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너의 마음속 깊이 잘 간직하여라. 이 말은 그것을 얻는 사람에게 생명이 되며, 그의 온몸에 건강을 준다. 그 무엇보다도 너는 네 마음을 지켜라.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4:20-23). 생명은 혈관이 아니라 마음에 흐른다. 남이 들여다 볼 수 없는 고유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