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더 잠그고 미국은 개방 잰걸음... 달라지는 코로나 대응 방식

입력
2021.01.27 19:00
英, 유럽 첫 사망 10만 넘어... 봉쇄 수위 ↑
美는 학교 개방 저울질, 바이든 공약 이행
미국 백신 2억회 추가 확보, '갈등' 조짐도

미국과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쪽 모두 확산세는 여전히 거세지만 최대 피해국 미국은 학교 개방을 저울질 하는 등 봉쇄 일변도 대책에서 벗어나려는 반면, 유럽은 더욱 더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공격적인 추가 백신 확보에 나서면서 자칫 초기 공급 물량이 크게 부족한 유럽과 ‘백신 갈등’도 불거질 조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관계자를 인용, “EU 국가들이 일본을 방문 가능한 나라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수도권 11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발령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이날 회원국에 여행 제한 조치 강화를 권고했다.

독일은 아예 자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을 틀어막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일간 빌트에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국경통제 강화나 독일로의 항공 운수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대담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이 봉쇄 수위를 높이는 것은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촉진할 요인만 늘어난 탓이다. 변이 진앙인 영국은 이날 유럽에서 처음으로 누적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암울한 통계 속에 담긴 슬픔을 이루 계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감염병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통제 강도를 완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면수업 재개가 그 첫걸음이다. 이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방역 수칙 준수를 전제로 “안전하게 학교 문을 열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의사협회저널(JAMA)에 실었다. “지난 1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학교가 요양원이나 공장처럼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안에 대다수 학교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공언했는데, 이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양측의 엇갈린 행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실태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유럽 각국은 백신 제조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제조ㆍ유통 과정에 잡음이 생기면서 백신을 대량 확보하고도 접종 속도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EU 집행위가 권역 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수출 투명성 제도’까지 제안했을 정도다. 이탈리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백신 제조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백신 확보에 한층 공세적으로 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든 미국인이 접종하기에 충분한 물량을 여름까지 확보하겠다”며 화이자와 모더나로부터 각각 1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4억회분을 더하면 총 6억회분을 확보하는 셈이다. 또 미 전역에 일주일마다 총 860만회분씩 공급하던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1,010만회분으로 늘릴 예정이다.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제조업체들을 압박해 ‘백신 쓸어 담기’를 강제할 경우 유럽 국가들과 부딪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생산될 백신이 미국에 우선 공급되면 가뜩이나 물량 부족에 허덕이는 유럽에 돌아갈 백신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