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제 막 첫발을 뗀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미국이) 오만과 독선의 일방주의를 이어간다면 실패만이 기다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독선적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시 주석은 25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 포럼) 사전 화상회의에 참석해 한 연설에서 다자주의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신냉전’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다자주의는 협의를 통해 국제 문제를 다루고 모두가 협력해 세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작은 집단을 구축하거나 신냉전을 시작하며 다른 이들을 거부·위협하고, 고의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를 도입하며 와해와 제재를 추진하며, 고립과 소외를 조성한다면 세계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또 “분열된 세계에서는 공동의 도전을 다룰 수 없으며, 대립은 우리를 막다른 길로 이끌 것”이라며 “인류는 어려운 방법으로 교훈을 배웠고 이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의 길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미국을 향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주요 매체는 시진핑 주석의 다보스 연설에 대해 26일 논평을 통해 시 주석의 연설은 미국을 겨냥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특히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제행사이자 올해 첫 국제무대에서 ‘예외 없는 다자주의’를 천명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대중 강경책을 발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대중 강경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언론들의 해석도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명백히 새 미국 정부를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서구 세계 비판에도 자체적 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중국에 맞설 동맹 결집을 준비하는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에 경고를 날렸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식 경제모델에 대항할 민주주의 동맹 구축을 요청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중국을 국제 무역과 기술 네트워크에서 꼼짝 못하게 하려는 시도는 냉전을 재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