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정의당의 대조적인 성비위 대응 방식

입력
2021.01.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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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이 25일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국가기관의 첫 피해 인정인데, 여기서 안도하기엔 문제가 너무 많다. 피해자를 보호했어야 할 서울시, 철저한 수사를 했어야 할 경찰의 한심한 수준이 확연히 드러났고, 뒤늦은 민주당의 사과도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그간 피해자가 겪은 부당한 비난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성비위 사건을 대하는 조직 문화에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26일 “인권위 판단을 존중한다”며 피해자와 국민에 사과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고소 정황을 유출한 남인순 의원도 “불찰이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비롯해 누가 이 뒤늦은 사과에 고마워할 것인가. 민주당은 소속 지자체장이 3명이나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큰데도, 박 전 시장 추모와 ‘피해호소인’ 호칭으로 진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2차 가해를 방조했다. 그러면서 25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는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는 입장을 밝혀 비웃음을 샀다.

김 대표의 성추행 사건 역시 충격적이고 진보 정치인의 도덕성에 큰 흠결이 됐지만 최소한 당 차원의 대응은 달랐다. 정의당은 당 대표라는 직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속히 조사에 나섰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구체적 행위를 비공개함으로써 2차 가해를 차단하려 노력했다. 정의당 역시 남성 중심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갈 길이 멀지만, 변화의 노력을 한다는 점이 민주당과 차이점이다.

성폭력에 대한 조직 대응의 차이는 피해 복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된다. 정의당 사건의 피해자 장혜영 의원은 “훼손당한 인간적 존엄을 회복”할 권리를 주장했다.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는 철저히 박탈당했던 권리다. 그가 끔찍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성희롱·방조의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데에는 공범이 존재한다. 책임 모면에 급급했던 민주당과 서울시, 인권위 조사보다 못한 한심한 경찰이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