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을 구하라"... 서울대, 20학번 '대면 OT' 추진

입력
2021.01.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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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강의 탓에 학교생활 적응 못해
자연대, 오프라인 강의 및 상담 열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황금같은 신입생 기간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20학번을 위해, 서울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대 일부 단과대는 새 학기 시작 전에 학과 구성원끼리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로 했고, 학생회도 예비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OT)을 추진하고 있다.

27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자연과학대학(자연대)은 다음달 15일부터 20일까지 학과별로 하루씩 '20학번의 날' 행사를 대면 형식으로 개최한다. 자연대는 "코로나19 때문에 신입생으로 첫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한 20학번들과 공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소통이 필요한 순간인 만큼,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행사는 사전 신청자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학교 생활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20학번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미 학교 안에 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20학번 중에는 1년 내내 캠퍼스에 등교해 보지도 못한 채로 1학년을 보낸 이들이 수두룩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20학번 중에는 시험을 치러 학교를 찾은 경험이 전부인 학생이 많고, 과 동기들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학생활은 학문을 배울 뿐만 아니라 학교 전통이나 학과에 대한 소속감도 함께 느끼는 기간인데 이를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연대는 비대면 행사에서 학생들을 위한 심리상담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자연대는 매년 신학기마다 신입생을 상대로 기질 및 성격(TCI) 검사를 통해 심리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을 상담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TCI 검사 참여가 저조해 주의군 학생들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통상 2학년 진학 시기에는 진로와 학업 문제로 고민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코로나 블루)까지 겹쳐 심리 진단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이에 자연대는 20학번의 1학년 생활을 주제로 한 수기 공모전을 열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심리 검사와 심리 특강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과대학의 경우 21학번 신입생을 위한 비대면 새내기 배움터에, 20학번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끔 문을 개방했다.

대면 모임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한 방역도 준비 중이다. 이준호 자연대 학장은 "거리두기를 위해 200석 규모의 대형 강의실에 넓은 간격을 두고 30~50명의 학생들을 들여보낼 계획"이라며 "음식 섭취를 일절 제한하는 등 방역 지침을 최대한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으면 이 행사 또한 비대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학생 조직도 20학번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나섰다. 김지은 단과대학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은 "새내기를 대상으로하는 '미리배움터'에서 착안해, 2학년 학생들이 학교 생활 전반을 배울 수 있는 '이미배움터'를 기획 중"이라며 "학교 생활이 급작스레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혼란을 겪었던 20학번이 최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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