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들어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첫 접종군은 코로나19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백신은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기구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올 화이자 백신이 유력하다. 설 연휴 이후인 2월 말에는 요양병원과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고령자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이어 3분기에는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64세 이하 성인이 접종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은 25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이 포함된 올해 업무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일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고 집단면역을 형성하게 된다. 단 △백신 공급 △임상시험 △변이 바이러스 3가지 요소가 큰 방해가 안 된다는 걸 전제로 한다.
질병청은 우선 백신 접종 1순위를 ‘중증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 2순위를 ‘의료체계 및 사회기반시설 유지에 필요한 인력’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고령이면서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몰려 있는 요양병원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각 병원 내 의료진과 함께 국내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된다. 배경택 질병청 기획조정관은 “그분들이 근무하거나 머물고 있는 시설을 방문해 접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정신병원을 제외한 요양병원은 전국에 1,478곳 있다.
최우선 순위는 요양병원이지만 시기적으로 첫 접종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고위험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될 전망이다. 코박스 초도 물량 5만명분이 설 이전 들어올 예정이다. 앞서 지난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박스 용도로 화이자와 백신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이자 백신은 먼저 접종을 시작한 외국에서 고령자 사망 사례가 잇따른 데다 영하 70도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정된 접종센터에서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방역방국은 화이자 백신을 고령자보다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접종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2월 초 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2월 말 요양병원 생활자나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병원 안에서 맞게 된다”고 전했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맞는 접종센터는 전국에 250곳,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을 맞는 의료기관은 약 1만곳이 선정된다.
2분기에는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과 얀센 백신 600만명분이 들어온다. 이에 맞춰 일반 의료기관 의료진과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착수한다. 이때부터 정부가 구매한 4종의 백신이 모두 공급되면서 ‘선택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배 조정관은 “외국에서도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고 선택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한 1,000만명분은 3분기에 공급되는데, 이땐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성인(19~64세)이 접종을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9월까지 국민의 70%(3,628명)가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2차 접종을 끝낸 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추가 접종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연령대는 18세 이상으로, 국민의 85%(4,410만명)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