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이 오세훈 대신 정청래·고민정과 신경전 벌인 까닭은

입력
2021.01.25 17:00
고민정→오세훈에 "조건 걸지 않고 정치할 수 없나"
오신환→고민정 "이런 저질 정치인 처음"
정청래→오세훈 "서울시장, 총선패전 땡처리장 아냐"
오신환→정청래 "흑기사가 더 저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향해 "조건부 정치"를 비판하며 저격한 게 발단이 됐다. 그러자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오 전 시장을 대신해 이를 강하게 비난했고, 고 의원을 두둔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게도 일침을 놓았다.

정작 오 전 시장은 눈에 띄는 언급을 하지 않는 가운데 오 전 의원이 고 의원, 정 의원의 합세에 맞서고 있는 '대리전' 양상이다. 왜 일까.

정치권에선 오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경쟁자인 오 전 시장을 대신한 건 한때 '오-오 브라더스'로 불리며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되면 차기 대선은 포기하겠다는 오 전 시장의 말을 언급하며 "(과거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조건부 서울시장직 사퇴'를 내걸었다"면서 "얼마 전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조건부 출사표'를 던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번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을 포기하겠다고 하시며 또 '조건'을 거셨다"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조건없는 입장을 밝힐 수 없으신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무상급식을 원하던 국민들로부터, 종로구민들로부터,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조건부 정치를 하시는 걸 보며 아쉽고 또 아쉽다"고 언급했다.

고 의원과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 사이에 두고 맞붙었다. 당시 고 의원이 50.4% 득표율로 오 전 시장(47.8%)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오신환 "文대통령이 그리 가르쳤나...저질 정치인 처음"

그러나 고 의원의 이같은 언급에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고민정의 경거망동'이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올렸다.

오 전 의원은 "고 의원의 오 전 시장을 향한 야유는 상습적"이라며 "15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총선에서 경쟁했던 상대 후보에게 이런 경멸적인 언사를 반복해서 내뱉는 저질 정치인은 처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입만 열면 '광진을 유권자의 선택도 못 받았으면서' 운운하는데,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다"면서 "고 의원은 도대체 이 따위 정치를 어디서 배웠나,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가르쳤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광진을은 87년 민주화 이후 20대 총선까지 8번의 선거를 모두 민주당이 가져간 곳으며, 결코 고 의원이 잘 나서 이긴 게 아니라는 얘기"라며 "양지 중의 양지에 꽃가마를 타고 내려가 손쉽게 금배지를 달았으면 경거망동하지 말고 의정 활동에나 전념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 전 의원이 고 의원에게 쓴 소리를 한 이유가 있다. 오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경쟁자로 만났지만 한때 '오 브라더스'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앞서 오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이번 선거에 출마 선언을 하자 "오 전 시장은 제 은인이기도 하다"면서 "2015년 제가 서울 관악을에서 처음 당선될 때 오 전 시장은 저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역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당내 경쟁자인 오 전 시장을 대신해 여당 정치인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흔치 않아 보인다.


정청래 "고민정 의원 말 잘했다"

민주당 중진인 정청래 의원은 고 의원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놨다. 정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장은 총선패전 땡처리장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유력한 후보 2명 모두 총선에서 심판받고 낙선한 사람들인데, 이건 팩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총선에서 왜 떨어졌나 반성하고 자숙할 사람들이 떨어지자마자 서울시장 나간다고 설치니 초선의원 입장에선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고 의원을 감쌌다.

정 의원은 "광진을 지역구가 오세훈의 욕심을 챙겨주는 일회용 정거장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지역구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더 큰 욕심과 더 큰 자리를 탐하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운 순리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고 의원을 향해 "고 의원, 잘 했다"면서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같은 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구)에게도 "나경원한테 한 마디 하시라"며 "동작구에서 이미 심판받고 떨어진 사람이 언감생심 무슨 서울시장?"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오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의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하필 흑기사가 더 저질"이라며 "정치를 애들 장난처럼하면 뽑아준 국민이 우스워진다"고 일갈했다.


고 "막말 정치 못 버려" VS 오 "소신과 막말 구분도 못해"

고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오 전 의원이 비판하자 "오신환 후보, '이따위 정치', '경멸적인 언사', '저질 정치인' 등의 막말 정치를 아직 버리지 못했다"며 "한숨만 나온다"고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급했다.

그는 "오세훈 후보에게 조건 없는 입장을 밝혀달라는 말이 그토록 듣기 싫었는가"라면서 "지난 총선으로 막말의 정치는 이미 심판이 끝났고, 서울시민들의 얼굴이 되겠다고 하시는 분의 말씀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신환 후보도 부디 끝까지 완주하기 바란다"고 남겼다.

그러자 오 전 의원도 이날 고 의원의 글을 의식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총선 경쟁자에게 선거 이후에 반복해서 경멸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은 저질 정치'라는 말이 '막말'인가"라며 "'소신 발언'과 '막말'도 구분 못하는 분이 어떻게 청와대 대변인을 했는지 답답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고민정 의원님, '완주하라'는 덕담은 오신환 말고 오세훈에게 했어야 한다"며 "그랬으면 '저질 정치인' 소리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제 완주 여부는 제가 아니라 서울시민들께서 결정하실 일이니 저는 후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뿐이다"면서 "고민정 의원님도 앞으로 자중하시고 의정활동에 전념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