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에서 사상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제치고 최대 전력 공급원이 됐다. ‘녹색 성장’을 선언한 유럽연합(EU)의 첫 성과라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을 내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기조까지 더해져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지구촌을 친환경으로 변모시키려는 꿈이 무르익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지난해 EU 27개 회원국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전력 생산의 38%를 차지해 화석연료 비중(37%)을 첫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기후전문 싱크탱크 엠버와 독일 에너지 비영리단체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2015년 이후 5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EU 국가 발전량의 20%가 양대 에너지원에서 나왔다. 반면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 발전은 20% 감소하면서 2015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지에선 재생에너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EU 집행부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고 입을 모은다.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말 유럽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린 딜’ 전략을 채택했다.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 회원국들을 ‘탄소 중립 국가’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등에 활용되는 ‘글로벌 녹색채권’ 발행도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2,69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친환경 구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를 주도한 엠버의 데이브 존스 수석분석가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석탄이 단계적으로 사라지고 재생에너지가 주요 산업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행운도 따랐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화석연료 감축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 로이터는 “코로나19 이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석탄화력 발전이 줄었다”고 전했다. 봉쇄 여파로 유럽 지역에서 전력 사용량 자체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화석연료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서구권의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역시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한 바이든 미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EU도 2023년까지 ‘탄소 국경조정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세금은 EU 밖 국가들 가운데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특정 제품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징벌적 조치’다.
EU를 떠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자기구 설립 등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올해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