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취임 첫 해 일일 평균 6건에 그쳤던 것이 임기 마지막 해에는 하루 39건이나 쏟아졌다. 플로리다주(州) 별장으로 돌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거짓말 얘기다. 시민사회의 ‘트럼프 지우기’ 작업도 가속화하는 등 퇴임 후 그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재임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임기 4년간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분류된 발언은 3만573건에 달했다. WP의 팩트체크 데이터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1년 동안 하루 평균 6개의 문제 발언을 했고 2년차에는 16건, 3년차에는 22건으로 임기가 지날수록 거짓 횟수가 늘었다. 급기야 대선이 있던 지난해에는 39건으로 폭증했다. 거짓 언급이 처음 1만개를 기록하기까지는 27개월이 걸렸지만, 2만개까지는 14개월, 3만개까지는 고작 5개월의 시간만 필요했다. 거짓말의 절반 가량을 지난 한 해에 쏟아낸 것이다.
특정 주제ㆍ이슈에 관해 반복적으로 거짓을 부추긴 것도 특징이다. 자신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었다’고 500여번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고 ‘역사상 가장 큰 감세를 이뤄냈다’는 말도 300번 가까이 내뱉었다. 대선을 앞두고는 상대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위험한 공격을 이어 갔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1,000건의 허위 공세를 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도 빠지지 않아 2,500건이나 됐다.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 중 25%는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는 내용이며 15%는 정책을 오도하는 발언이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사를 연구하는 작가 마이클 베슐로스는 “트럼프가 대통령 이름으로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미국민들이 갈수록 진실에 회의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 탓인지 시민들이 직접 나서 트럼프 시대와 단절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인 플로리다 마러라고리조트 회원들 중 일부가 속속 이탈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마러라고리조트 회원권 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20만달러에 달했으나 그가 이곳을 거처로 정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사업 본거지인 뉴욕에서도 흔적 지우기가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 소재 고급 아파트 ‘트럼프 팰리스’의 주민들이 건물에 붙어있는 트럼프 철자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