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레전드'들의 부활의 노래

입력
2021.0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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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등려군


로커 고 김현식과 터틀맨 고 임성훈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부활시킨 영상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음성과 창법, 표정과 몸짓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 뒤 페이스 에디팅과 홀로그램 기법을 활용한 그 가상현실 기술은, 밀랍으로 인기인의 외모를 재현하던 시대가 저물었음을 극적으로 전시했다. 지금은 요절한 '레전드'급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적 사랑과 아쉬움을 달래는 수준이지만, 컴퓨터가 예술적 창조의 영역에까지 진출하게 되리란 전망도 있다. 거북이의 춤과 김광석의 미성, 김현식의 폭발적인 호소력을 겸비한 가상현실의 가수가 인공지능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를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레전드' 부활 프로젝트는 2010년대 초 선뵈기 시작했다. 2012년 미국 래퍼 투팍이 홀로그램으로 부활했고, 2014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장에 마이클 잭슨이 등장했고, 휘트니 휴스턴이 홀로그램 투어를 벌였다. 일본 NHK는 지난해 말 1950~1960년대 일본 국민가수로 불리던 고 미소라 히바리를 연말 음악방송에 '초대'했다.

하지만 동양의 원조는 2013년 9월 1만5,000여 관객 앞에서 부활한 대만 출신 디바 등려군(鄧麗君, 1953.1.29~ 1995.5.8)이다. 14세에 데뷔해 만 42세 때 태국 치앙마이에서 천식 합병증으로 숨질 때까지 그는 대만과 일본, 동남아시아 가요 시장을 주름잡으며 1986년 잡지 'Time'의 '세계 7대 여성 가수' 에 선정됐고, 웨인 왕 감독의 1994년 영화 '조이 럭 클럽'과 천커신의 1996년 영화 '첨밀밀'의 OST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본토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스스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했지만 1980년대 개혁 개방 전까지 중국 공연은커녕 모든 노래가 금지곡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낮은 늙은 등(등샤오핑)이, 밤은 젊은 등(등려군)이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고, 천안문 사태 전후 중국민주화운동에도 힘을 보탰다. 그의 중국 공연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