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결과 뒤집으려 법무장관 대행 경질 추진했다"

입력
2021.01.24 17:00
'선거 사기' 주장 일축한 바 전 법무장관 경질 이어
특검에 소극적 입장 보였던 로즌 대행도 축출 추진
민주당 "의회 난입 이어 또다른 반란 모의"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순순히 내줄 생각이 없었다는 증거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친(親)트럼프 시위대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긴 데 이어 이번에는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연방 법무장관 대행을 경질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권자 투표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특검 주장에 소극적 반응을 보인 제프리 로즌 법무장관 대행을 경질하려 했다고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자신의 ‘선거 사기’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을 경질한데 이어 로즌 대행마저 축출하려 한 셈이다. 전직 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주 정부를 상대로 직접 대법원에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하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로즌 대행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에 경질을 추진했다는 의미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즌 대행의 자리에 자신의 ‘충복’인 제프리 클라크 법무부 시민국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클라크 국장에게 법무장관 대행이 된다면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선언을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다만 이 계획은 실현에 옮겨지지 못했다. NYT는 경질설을 들은 로즌 대행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법무부 고위급 관리들도 로즌 대행을 교체한다면 일제히 사표를 던지겠다며 트럼프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는 로즌 대행을 잔류시킬 수밖에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클라크 국장은 NYT의 보도에 대해 “부정확하다”고 부인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 변호사들이 나눈 대화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고위급 법조인들이 백악관에 법률 자문을 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무장관 대행 경질 시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부도덕한 트럼프 법무부가 국민의 의지를 전복시키려 했다”며 “법무부 감찰관은 이번 행위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국회의사장 난입 이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다른 반란을 모의했다”고 공격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