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일했는데..." 100만원대에 갇힌 월급 명세서

입력
2021.01.26 10:00
7면

<2>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서사

편집자주

당신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피·땀·눈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중 수십, 혹은 수백만원을 늘 떼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제9조)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의 월급 명세서를 본 적이 있나요?

여기 콜센터 상담원, 은행 경비원, 주차관리원, 철도 역무원, 청소 노동자, 파견직 사무보조원, 발전소 노동자의 월급 명세서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용역·파견·위탁업체 등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월급 명세서에는 이들이 일하는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①100만원 대에 갇힌 월급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 중 종일 근무하며 월급제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86명. 이 중 절반(43명)의 세후 월급이 100만원 대였고, 200만원 대는 34명(40%), 300만원 대는 9명(10%)이었습니다.

2018년, 2019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회사가 각종 수당, 식대, 교통비 등을 없애면서 월급은 100만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200만원이 넘는 노동자들도 처우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이들 월급엔 더 오래, 더 어려운 여건에서 몸을 혹사시킨 대가로 받는 연장 수당, 야간 수당 등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②경력이 쌓이지 않는 월급

14년 차 철도 역무원은 지난해 163만원을 받았고, 10년 차 은행 경비원은 191만원을 받았습니다. 많은 용역·파견업체가 노동자들과 1년 마다 새로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월급에도 연차가 쌓이지 않습니다. 20년 일한 숙련 직원이 갓 입사한 신입직원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간접고용 세계의 또 다른 풍경입니다.

③다른 비정규직보다 더 낮은 월급

비정규직 중에서도 직접 고용된 계약직 노동자(기간제)들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239만원이었습니다.(한국비정규센터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분석) 하지만 같은 시기 용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90만원, 파견 노동자는 217만원. 20만~50만원 정도 적습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유난히 적은 이유는 뭘까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청이 평균 임금인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노무비를 지급해도 용역·파견업체가 중간에서 상당 부분 뗀 후 최저임금만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170만원을 받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원들은 2019년부터 3년째 임금이 동결돼 사실상 감소했고, 지난해 183만원을 받았던 아파트 경비원 김찬섭 (가명·72)씨는 올해 월급이 2만5,000원 오른다고 합니다.

이들의 월급은 언제쯤 200만원이 될까요.


100만원 대에서 멈춘 월급








연장·야간 근무해야 받는 월급 200만원




하루 쉬면 8만원 깎이는 월급



▼[인터랙티브]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indirect_labor/

남보라 기자
박주희 기자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