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거 무효에 선수들까지 반발…커지는 컬링계 갈등

입력
2021.01.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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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체육회에 민원…“국대 출신 등 100여명 서명”
“현 집행부 쪽 후보 모두 탈락하자 선거무효 결정” 주장
‘이의제기  기한’도 문제 제기…체육회 “법률 검토 중”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선거가 미진한 행정 절차를 이유로 무효 처리되면서, 집행부 교체를 바랐던 선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용빈(49) 당선인 측도 연맹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파장이 커지자 대한체육회는 위원회의 결정이 적법한지 검토하는 등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전 현직 컬링 선수들과 지도자로 구성된 ‘대한컬링경기연맹 정상화를 위한 선수, 지도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연맹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린 선거무효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23일 대한체육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민원 서류에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비롯해 일반부 선수와 지도자 100여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위원회의 선거무효 결정을 현 집행부가 집권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시도라고 봤다. 현 집행부 쪽으로 분류되는 김중로(71) 후보와 김구회(53) 후보가 모두 선거에서 떨어지자 판 자체를 엎어버렸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직무 정지된 한 부회장은 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중로 후보를 지지하며 선거에 대신 내세웠고, 김구회 부회장은 본인이 후보로 나섰다”며 “모두 직·간접적으로 컬링 내홍에 책임을 져야할 장본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중로 후보의 이의 제기 시점도 문제 삼았다. 전날 위원회의 선거무효 결정은 일부 시도연맹이 선거인단 후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 동의서를 차후에 제출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비대위는 선거인단 명부가 지난 7일 배부된 만큼 이의 제기 기한이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연맹 규정은 ‘이의 제기를 하려는 후보자 및 선거인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투표의 효력에 관하여는 선거일)부터 5일 이내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중로 후보 측은 낙선 이후 문제를 발견했고, 이의 제기 기한도 선거일 이후 5일 이내라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당선인과 단 2표 차이가 났다. 김 후보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컬링 연맹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파벌 갈등 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출마한 것일 뿐”이라고 비대위의 반박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고, 그래야 정당성을 부여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는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경위 파악에 나섰다. 외부 자문 등을 통해 위원회의 결정이 법적으로 합당한지를 따져 본 뒤 시정 지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육회관계자는 “종목단체의 선거관리 운영에 관한 부분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면서도 “민원이 들어온 만큼 이의신청 기한을 포함한 법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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