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 100조원 시대

입력
2021.01.25 04:30
25면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탄생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설립 초기, 직접 로켓을 만들고 재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몇 차례 실패했다. 네 번째 시도 끝에 첫 비행이 성공하자 오바마정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16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정부 지원은 스페이스X의 기술 혁신을 이끄는 토대가 되었다. 민간의 도전적인 연구개발 시도가 적기에 투입된 정부 지원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다.

올해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는 정부 예산만 27조4000억원을 넘어섰고, 국가 전체의 투자 액수는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에 정부의 주도적 투자가 과학기술 역량을 키웠다면, 이후에는 민간 부문이 성장하며 주력·첨단산업 중심으로 국가경제발전을 이끌었다. 연구개발 투자 100조원 돌파는 민간의 연구 저변이 탄탄해졌음과 동시에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변화가 필요한 때가 왔음을 시사한다. 스페이스X라는 민간의 도전과 혁신이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냈듯 말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정부는 민간의 혁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동반자로서 명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가 강조했듯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인내자본(patient capital)'으로서 민간의 혁신에 따르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부담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는 동반자적 정부 역할의 가능성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동반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민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 정부는 3월부터 선도기업 기술경영진(CTO) 중심의 '산업별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정례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협의체에서 발굴된 연구개발 수요를 부처의 신규사업 기획 및 예산 배분과 조정에 연계할 계획이다. 글로벌 수준과 격차가 존재하는 분야도 이러한 수요지향적 투자를 통해 민간의 기술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개발 투자 100조원 시대'에는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다지고 국가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과학기술에서 미래의 비전을 찾는 국민의 기대가 가득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으로 코로나19 극복, 성공적인 디지털 대전환, 탄소중립 달성 등 탁월한 연구개발 성과를 계속해 만들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과학기술 혁신으로 멈추지 않는 국가발전의 역사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