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선동 혐의로 미국 하원에서 가결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상원 송부 시점을 두고 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이르면 22일(현지시간) 상원에 보낼거란 관측이 나오지만, 새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핵 정국’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 이르면 22일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을 상원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안을 며칠 내로 상원에 송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시점이 22일이 될 수 있다고 의원 및 보좌진을 인용해 전했다.
하원이 탄핵안을 송부하면 상원은 구체적인 탄핵 심판 절차와 기간 등을 정한 뒤 연방대법원장이 주심을 맡는 탄핵 심판을 진행하게 된다. 하원의장은 탄핵안 송부 시점을 정할 수 있다. 일단 펠로시 의장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그들(상원)이 받을 준비가 됐다고 알려왔고 문제는 탄핵심판을 어떻게 진행시키냐는 것”이라면서도 “(송부가)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높은 찬성률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하원이 정작 송부 시점을 분명히 내놓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탄핵안을 상원으로 보내 탄핵심판이 확정되면 모든 이슈가 탄핵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핵심 국정과제가 묻히면서 취임 초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처럼 시급한 현안 처리를 제 때 하지 못하고 국론 분열만 장기화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여기에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상원 인준이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수행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탤 각료들이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 홀로’ 취임을 했다. 21일까지 장관급 각료 가운데 상원 인준안이 통과된 사람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단 한명 뿐이다. 나머지 22개 부처는 당분간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의석이 50대 50으로 팽팽히 갈린 상원에서 원내대표 간 운영안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들어갈 때 100명 중 60명의 동의를 얻도록 한 규정을 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반대한다. 앞서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이 추진됐을 때는 상원 송부에 한 달이 걸렸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탄핵 추진이 바이든 대통령이 주창하는 통합에 저해된다”는 공화당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 다 잊고 새 출발 하자고 하는 건 단합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건 단합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