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센터'로 불리는 인력중개 플랫폼 서비스업체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해 중개한 사례를 두고 법원이 고객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3-3부(부장 이주영)는 15일 표시광고법 위반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A씨에게 심부름업체 측에서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9년 10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A씨는 2018년 6월 말 자신의 아파트 내에 있는 책장을 다른 방으로 옮기고 책상을 1층에 내려다 놓는 일을 할 일꾼을 구하기 위해 심부름업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원 B씨를 고용했다. 심부름업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신원이 검증된 인력이 아이돌보기, 병원동행 등 맞춤케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고 광고를 해왔다.
광고를 접한 A씨는 해당 심부름업체를 믿고 B씨를 선택했지만, B씨는 강간치상 등 성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 2002년 징역 5년 및 2008년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성범죄자였다. B씨는 2017년 11월 출소해 당시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부착하고 있었다.
B씨는 A씨와 아이 둘만 있던 아파트를 방문해 업무를 수행한 후 갑자기 자신이 가져온 공구함에 있던 길이 24㎝ 톱을 A씨 목에 대고 협박하며 추행했다. B씨는 뒤이어 A씨를 강간하려다 아파트 벨소리가 들리자 범행을 멈추고 도망갔다.
심부름센터는 '소속된 모든 인력이 엄격한 신원확인 및 검증을 거쳐 선별돼 안전 문제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취지로 광고해왔지만, 실제론 실명 확인 수준으로 승인하는 등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갖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소한 전자장치 부착 여부 정도는 실제 면접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면접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부름업체에 이름과 연락처 정도를 제공한 것일뿐 신원이 엄격히 검증됐다고 볼 수 없고 안전 문제에 걱정이 없다고 판단할 근거도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아이 돌보기, 집안 내부가구 조립 등 여성이나 어린아이만 있는 집에서 단독 업무수행도 가능하다고 광고했다"며 "A씨가 심부름센터를 믿고 B씨를 고용해 실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이상, 광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