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업체 믿고 고용했는데 성범죄자… 법원 "위자료 1000만원"

입력
2021.01.21 12:12
신원 검증 광고…실제론 이름·연락처 확인 수준
심부름 마친 후 돌변, 흉기로 위협·추행 후 도주
법원 "광고 믿었다가 피해, 업체 배상책임 인정"

'심부름센터'로 불리는 인력중개 플랫폼 서비스업체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해 중개한 사례를 두고 법원이 고객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3-3부(부장 이주영)는 15일 표시광고법 위반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A씨에게 심부름업체 측에서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9년 10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A씨는 2018년 6월 말 자신의 아파트 내에 있는 책장을 다른 방으로 옮기고 책상을 1층에 내려다 놓는 일을 할 일꾼을 구하기 위해 심부름업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원 B씨를 고용했다. 심부름업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신원이 검증된 인력이 아이돌보기, 병원동행 등 맞춤케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고 광고를 해왔다.

광고를 접한 A씨는 해당 심부름업체를 믿고 B씨를 선택했지만, B씨는 강간치상 등 성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 2002년 징역 5년 및 2008년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성범죄자였다. B씨는 2017년 11월 출소해 당시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부착하고 있었다.

B씨는 A씨와 아이 둘만 있던 아파트를 방문해 업무를 수행한 후 갑자기 자신이 가져온 공구함에 있던 길이 24㎝ 톱을 A씨 목에 대고 협박하며 추행했다. B씨는 뒤이어 A씨를 강간하려다 아파트 벨소리가 들리자 범행을 멈추고 도망갔다.

심부름센터는 '소속된 모든 인력이 엄격한 신원확인 및 검증을 거쳐 선별돼 안전 문제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취지로 광고해왔지만, 실제론 실명 확인 수준으로 승인하는 등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갖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소한 전자장치 부착 여부 정도는 실제 면접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면접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부름업체에 이름과 연락처 정도를 제공한 것일뿐 신원이 엄격히 검증됐다고 볼 수 없고 안전 문제에 걱정이 없다고 판단할 근거도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아이 돌보기, 집안 내부가구 조립 등 여성이나 어린아이만 있는 집에서 단독 업무수행도 가능하다고 광고했다"며 "A씨가 심부름센터를 믿고 B씨를 고용해 실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이상, 광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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