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복지' 이재명, '시기' 미뤘지만 '소신' 굽히지 않았다

입력
2021.01.21 04:30



'정부·여당과의 정면 충돌은 피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20일 기자회견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 지사는 경기도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방침은 굽히지 않았다. 다만 지급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여당 지도부의 입장과 '절충'한 모양새다. 하지만 보편복지에 대한 본인의 소신은 굽히지 않았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견제도 이어갔다.

당 지도부와 절충, 소신은 뚜렷하게 피력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의 권고를 존중해 코로나19 방역 진행 추이를 지켜본 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재난지원급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전날 이 지사에게 전한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방역 상황을 고려해 시점을 조절하자"는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이 지사는 '보편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강조했다. 이 지사는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게 경기도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권고와 우려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서 신중히 결정하려는 것"이라며 도민들의 '양해'도 구했다.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이 문재인 대통령 의중과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 지사는 강조했다. 실제 "문 대통령도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셨다"며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발언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원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과 같은 날로 잡혔던 기자회견도 이날로 옮겼다.


경쟁자인 이낙연 대표 향해서는 '뼈 있는' 한마디


다만 이 지사는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이 대표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빵집을 들러 빵을 포장하는 사진을 올린 것을 언급한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할 때 감염 위험이 높아지지 않냐고 하는데, 이 대표님께서 빵을 싸가는 인증샷을 하시는 것을 보니 소비하는 것 자체를 막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방침에 대해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29일 인공지능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 대표의 텃밭인 광주를 찾아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이 대표에 대한 민심이 술렁이는 상황이라, 이날 이 지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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