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는 나의 편!" 국민의힘·안철수,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21.01.21 21:30
6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샅바 싸움'의 공수 구도가 달라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원샷 경선'을 하자며 노크를 했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 기다리라"며 면박을 주고 있다. "입당하라"는 국민의힘 구애를 안 대표가 뿌리치던 모습과 딴판이다.

안 대표나 김 위원장의 속내는 느긋하다. 각자 '믿는 구석'은 본선 경쟁력이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분석해 보니, 본선 승부를 좌우할 중도층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떠나 배회하는 중도층...국민의힘 지지율 '찔끔' 상승

한국갤럽의 지난해 월간 통합조사를 분석한 결과, 중도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1대 총선이 실시된 4월(39%) 상승세를 타 5월엔 43%까지 올랐으나, 이내 내리막이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터진 12월엔 32%까지 하락했다.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4월 17%에서 5월 13%로 떨어지다 12월엔 18%로 회복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1년간 5, 6% 안팎에서 맴돌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 하락분(최대 11%포인트)을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중도층은 방황 중이다. 중도 성향이면서 스스로를 '무당층'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는 지난해 4월 25%에서 12월엔 36%로 치솟았다.

리얼미터·YTN의 지난해 주간 조사 추세도 비슷하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월 1주 41.5%에서 선거 직후인 4월 4주엔 47.5%로 올랐다가 12월 3주엔 29.2%로 하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내내 30% 박스권이었다. 올해 1월 2주차엔 34.2%로 소폭 올랐다. 지난해 국민의당 중도층 지지율은 줄곧 6%대였고, 올해 1월 2주엔 7.6%로 미미한 변화가 있었다. 민주당 중도층 지지율이 최대 18%포인트 하락했지만, 양당으로 향하지 않은 것이다. 중도 성향의무당층은 지난해 4월 4주차(4.4%) 대비 올해 1월 2주차(14.7%)에 3배 이상 늘었다.


"옮겨 가고 싶어도 매력도, 명분도 별로..."

민주당에서 등 돌린 중도층이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건, 국민의힘에게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야권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이라면서 "중도층이 보수로 옮겨 가려면 지지 명분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봤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합당과 창당을 반복하는 국민의당의 과거를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경쟁력 있는 정당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브랜드', 변수 될까?

국민의당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안 대표는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SBS·입소스 조사(지난달 31일, 이달 1일 실시)에서 서울시민 가운데 중도층은 야권 후보 중 안철수 대표(34.1%)를 가장 많이 지지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지율은 9.9%, 나경원 전 의원은 6.7%로 나타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철수 대표가 원칙 없는 행보로 중도 지지 기반이 약화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에 대한 부채는 없다"면서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중도층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실망한 이들이라 대안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의 중도층 싸움에서 승리를 자신한다. 안 대표 지지율은 지금이 최대치이고, 후발 주자인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이다. 안 대표의 전략은 시간 끌기다. 그가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하는 건 입당하는 순간 중도층 사이에서 안 대표, 오 전 시장, 나 전 의원의 변별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 지형은 국민의힘에 다소 유리하다. 한국갤럽 이달 조사(5~7일 실시)에서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16%)은 국민의당(8%)을 앞섰다.

※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장채원 인턴기자
김단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