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개미 던지자...외국인·기관, 기다린 듯 '쌍끌이 매수'

입력
2021.01.19 18:00
기관, 외인 매수세, 코스피 2.61% 급등 
"조정 우려" 개미들은 1.3조 순매도
'애플카' 호재 현대차그룹 초강세...삼성전자도 '반등'


"조정이란 걸 안 겪어본 주린이(주식 입문자)들이 겁에 질려 있어요."

코스피가 2.33% 내리며 3,010선까지 밀렸던 지난 18일.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연초 3,200선을 내다보던 코스피가 3,000선마저 위태로워지자, 최근 상승장에 진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일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불안해진 개미군단은 1조3,000억원을 내던지며 증시를 빠져나갔다.


돌아온 기관... 코스피 2.6% 급등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8.73포인트(2.61%) 급등한 3,092.6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부터 4% 넘게 빠진 뒤 3거래일 만에 기록한 오름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03% 내린 3,013.05로 시작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우더니, 장중 한때 3% 넘게 오르며 3,107까지 터치했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건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이달 들어서만 무려 14조원을 팔아치웠던 기관은 이날 8거래일 만에 '사자'로 전환해 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1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밀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데 이어,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대규모 부양책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봤다.

반면 개인은 이날 코스피(1조300억원)와 코스닥(2,700억원) 양대 시장에서 1조3,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건 지난 8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에선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무려 14거래일 만에 '팔자'에 나섰다. 연초 하루에만 수조원씩 순매수에 나섰던 개미들이 이날 차익실현에 나서자 증권업계에선 "연일 계속된 기관과의 매매공방에 지쳐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란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 이재용 구속 하루 만에 2%대 반등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 쏠리며 지수 전반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은 현대차(820억원)와 삼성전자(815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고, 기관 역시 기아차(1,130억원), 삼성전자(950억원), LG전자(642억원), 현대차(552억원) 순으로 순매수했다.

특히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형 선고에 급락했던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날 3.41% 급락했던 삼성전자가 2.35% 상승하며 8만7,000원에 마감한 데 이어, 삼성SDI(3.68%), 삼성물산(0.70%), 삼성생명(1.40%)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6조원 가까이 사들였던 개인은 이날 1,700억원 이상을 내던지며 일부 차익실현에 나섰다.

현대차(8.51%), 현대모비스(6.65%), 기아차(16.64%)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도 줄줄이 급등했다.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애플의 '애플카' 공동 개발 소식 등이 주가를 대폭 밀어 올렸다.

업계에선 이날 반발매수가 조정을 방어한 만큼 추가적인 하락폭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틀 연속 2%대 조정으로 코스피가 일부 과열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기간 상승폭이 컸던 만큼 추가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어 분할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