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재발 방지 대책으로 '입양 취소'와 '입양아동 바꾸기' 등을 언급한 데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사전위탁보호제를 염두에 둔 취지"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19일 전국여성연대와 행동하는학부모네트워크는 온라인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 취소와 아동학대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정인이 사건에서 불거진 가장 큰 문제점은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와 보호체계임에도, 문 대통령은 생뚱맞게 입양제도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응체계와 보호체계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아이를 바꿀 수 있게 하자'는 말이 나왔다"며 "아동학대의 원인을 입양제도에서 찾고 있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한참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그리고 "(대통령이) 어렵게 인생의 무게를 담아 결단한 수많은 입양부모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입양아동들에게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일이 손쉬워지도록 제도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게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단체들은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에게 다른 아이를 입양시켰다면 이런 비극이 과연 없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인이 사건이 양부모와 입양아동이 서로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다.
전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도 성명서를 내고 문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협회도 정인이는 아동학대로 사망했을 뿐, 입양아동이 가해 양부모의 마음에 맞지 않았거나 양부모의 단순 변심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청와대가 뒤늦게 "대통령 발언은 사전위탁보호제(예비 입양부모와 입양아동을 일정 기간 함께 지내도록 한 후 평가를 통해 정식 입양을 허가하는 것)를 언급한 것"이라고 밝힌 해명도 비판했다. 협회는 "입양 아동은 이집 저집으로 돌리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 교환을 하는 쇼핑몰의 물건이 아니다"며 "사전위탁보호제도도 예비 양부모가 취향에 맞는 아동을 고르라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