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역~간현역, 중앙선 폐선로 주변 원주 관광지
지난 5일 원주~제천 간 중앙선 복선 선로가 개통됐다. 원주 제천 안동 등 고속열차가 통과하는 도시에서 서울까지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KTX이음을 이용하면 청량리역에서 원주까지는 45분 내외, 제천까지는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원주에서 제천까지 또아리굴로 고도 차를 극복하며 치악산을 힘겹게 넘던 선로는 옛 철길이 되고, 고속열차는 맞은편 백운산을 관통하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긴 터널(14.24km)을 쏜살같이 통과한다. 기존 선로에 있던 역에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옛 시절의 정겨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치악산 들머리의 치악역은 원주역을 출발한 열차가 또아리굴을 통과해 첫 번째로 정차하는 역이었다. 급격하게 고도를 높인 만큼 해발 350m에 위치한 역에서 계곡 아래 마을과 도로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바로 뒤에 대성암이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원주 시내로 내려오면 혁신도시 뒤편에 반곡역이 자리 잡고 있다. 책장을 펴서 엎어놓은 것 같이 천장 높은 박공지붕이 아담하고 예쁜 역이다. 1941년 영업을 시작한 역으로 한때 여객 운행이 중단됐지만 혁신도시가 들어서며 2014년 상ㆍ하행선에 하루 2회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간이역으로 운영돼 왔다. 작은 갤러리를 겸하던 역사는 지난 5일 영업을 중단하며 굳게 문을 닫았다. 입구 양편을 지키고 선 벚나무 두 그루에 꽃이 만개할 즈음에나 주목받을 처지다.
건물 옆 소공원에는 일제강점기에 치악산을 관통하는 선로를 건설할 당시의 애환을 담은 사진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일명 또아리굴로 불리는 금대1터널과 치악터널, 높이가 100척이 넘는다 해서 이름 붙인 백척교 건설에 동원된 조선 노동자들의 고된 노역과 애희생이 나열돼 있다.
1940년 영업을 시작한 이래 80여년간 원주를 교통의 요충지로 이끌어 온 원주역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 원주역은 시내 외곽 중앙고속도로 남원주IC 인근에 세워졌다. 역은 문을 닫았지만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탑은 근대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도도시 원주를 증거하는 유물이다.
인근의 강원감영은 도청 소재지인 춘천에 가려진 강원도 최대 도시 원주의 자존심이 서린 곳이다.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지명이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설치된 이곳 감영은 고종 32년(1895) 폐지될 때까지 500년 동안 강원도의 정무를 수행했던 곳이다. 많게는 31개 건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선화당(정청)을 비롯해 포정루, 청운당 등 일부 건물만 남아 있다. 최근 후원에 연못을 조성하고 세 채의 전각을 복원해 놓았다. 은은한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지정면의 간현역은 덕소역~원주역 구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2011년 폐역이 된 후 원주레일바이크로 부활한 역이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7.8㎞ 떨어진 판대역으로 이동한 후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오는 코스는 경사가 거의 없어 힘들지 않고, 하천을 따라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무기한 운영을 중지한 상태다.
인근 간현관광지는 섬강의 지류인 삼산천이 작은 금강산에 비유되는 소금산을 그림처럼 휘감아 도는 지형으로 오래 전부터 관광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2018년 깎아지른 협곡을 연결하는 공중 산책로 ‘소금산 출렁다리’를 설치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곳이기도 하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현재 출렁다리 출입은 금지된 상태다. 주차장은 무료 개방이어서 다리 아래 하천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