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여론' 앞세운 文 '18일 천하'로 끝난 사면론

입력
2021.0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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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사면 검토한 바 없다"
MB·朴 - 한명숙 사면 '딜' 가능성 
"일방적 사면권 제한이 시대 요청"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정치권에서 갑론을박 중인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논의’를 “때가 아니다”고 단칼에 정리했다. 사면으로 정국 전환을 시도하는 모험을 하기보단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연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갑작스러운 발언으로 불붙은 사면론이 18일 만에 사그라들게 됐다.



“사면 말할 권리, 정치인들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관련 질문이) 오늘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들 하셨다”며 작심한 듯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 드리기로 했다”며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는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뇌물ㆍ알선수재ㆍ알선수뢰ㆍ배임ㆍ횡령 등 5대 부패범죄를 사면 대상에서 빼겠다고 공약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해당하는 혐의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두 전직 대통령을 용서하기엔 때가 이르다'고 본 듯하다.

문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며 “법원도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런 형벌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할 권리가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 없다고 생각 한다”고 잘라 말했다.

'사면=국민 통합'이라는 정치권 논리도 반박했다.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사면이 통합의 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라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해 임기 내 사면을 추진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동시에 사면하는 '딜'을 할 가능성도 일축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하고 "아직까지는 정치인 사면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리 말하기 어렵지만, 국민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도 했다.


與 “전적 공감” 野 “대통령 결단을 여론에 미루지 말라"

민주당은 “공감하고 존중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연초 당 지도부는 당사자(두 전직 대통령)의 진정한 반성과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대통령 말씀은 당 지도부 입장과도 일치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낙연 대표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물러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론을 핑계로 통합 행보를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대변인은 “사면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이나 야당,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대표가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해서 촉발된 문제”라며 “이걸 오래 끈다든지 이런 저런 조건을 붙이면 사면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서 어긋나는 일”이라며 사면을 재차 촉구했다.


김현빈 기자
김단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