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달 외화통장을 새로 만들고 비상금을 털어 1,000달러를 환전해 통장에 예치해뒀다.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지자, 지금이 달러를 사기에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달러 가치가 올라 환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과 같은 약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여윳돈이 생기는 대로 틈틈이 달러를 사모아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달러 예금 증가 영향으로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거주자 해외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외화예금 잔액은 94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말(936억1,000만달러)보다 5억9,000만달러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외화예금 잔액은 10월부터 석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보유한 국내 외화예금을 뜻한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달러 약세 현상으로 개인 달러 예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어나면서 달러를 쌀 때 사놓으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의 달러화 예금은 177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7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화 예금은 지난 9월 160억9,000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넉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69.5원(9월)에서 1,086.3원(12월)으로 약 7% 하락했다.
반면 기업이 보유한 달러화 예금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622억6,000만달러로, 11월 말(628억1,000만달러)보다 5억5,000만달러가 줄어들었다. ‘서학개미’ 증가로 이들의 투자금을 보유한 증권사의 결제 대금이 대거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달러화 예금 감소분 중 대부분을 증권사가 차지했다”며 “개인들의 해외 주식 매수가 늘고, 이에 결제자금이 빠지면서 전체 기업의 달러화 예금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