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빈손' 수사 결과에도… 경찰 "우린 최선 다했다"

입력
2021.01.18 14:27
법원 판결은 언급 안해


법원이 별도 사건 재판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빈 손'에 가까운 수사 결과를 내놓았던 경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8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에서 내린 판단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선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론을 내리는 데 필요한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박 전 시장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실행되지 못했고, 당사자 진술을 듣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원·검찰과 달랐던 경찰 수사 결과

법원은 앞서 14일 서울시장 비서실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정모(41)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A씨가 박 전 시장의 업무상 위력 추행 사건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내용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사실상 아무 것도 밝히지 못한 경찰 수사 결과와 비교돼 논란이 됐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박 전 시장 사망과 관련 △피해자의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사건 △변사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고발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5개월간 46명의 인원을 투입한 것에 비해 그 결과는 A4용지 2장에 불과했다. 경찰 발표 다음날, 검찰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상세히 발표해 경찰과 비교가 됐다.

당시에도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에 비해 수사가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참고인 진술이 엇갈리고 두 차례 영장 기각으로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이 불가능해 직접 증거를 찾기 힘들었다"며 "무엇보다 피의자(박 전 시장) 사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인이 사건' 징계위 다음달 초 개최

한편 경찰은 '정인이 사건' 부실수사 논란 관련 담당자들의 징계위원회를 다음달 초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정인이가 학대받고 있다는 의심 신고를 세 차례 접수하고도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경찰은 지난해 12월 담당 경찰 12명에 주의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6일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양천경찰서장과 담당 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지만 국민적 공분은 여전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