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된 월드컵 성지’ 첫 회가 나간 4일부터 열흘간 독자들을 대상으로 취합(온라인 설문)한 월드컵경기장 활성화 방안은 꽤나 구체적이었고, 획기적인 발상도 일부 있었다. 이젠 프로축구도 열지 못하게 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대구스타디움, 광주월드컵경기장, 인천문학주경기장 활용 방안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현행 조례상 도입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공론화를 거쳐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모든 의견엔 월드컵 성지들이 시민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배어 있었다.
그 중에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사직야구장 대체 시설로 삼고, 가능한 돔구장으로 개조해 비가 와도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개조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부산 시민이라고 밝힌 독자 김종길(42)씨는 “사직야구장(1985년 개장)이 너무 낡은 데다 비가 내리면 야구경기를 할 수 없다”며 “인기스포츠인 야구 경기가 꾸준히 열릴 공간으로 바꿔 세금 낭비를 줄이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돔구장 리모델링은 실제 부산지역 야구인들 사이에선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가 구덕운동장으로 떠나기 전부터 언급된 의견들이다. 곽경선(53)씨는 “(큰 태풍이 오면)계속 찢어지는 상부 천막 대신 완전한 돔 구장으로 만들어 대형 공연장으로 활용, 벡스코(BEXCO)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의 고정개최나 나훈아, 방탄소년단(BTS) 등 대형 공연에 특화된 시설로 만들자”고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한혜신(44)씨는 텅 빈 채 방치되는 구장들을 시민들이나 아마추어 선수들도 직접 경기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한씨는 “지역 유소년부터 대학선수들까지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활용도도 높이고, 어린 선수와 동호인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국제대회조차 꾸준히 열리지 않는다면, 경기장 잔디를 과감히 인조잔디로 교체한 뒤 유료 개방하는 것도 유지비용을 줄이고 시민들에게 성큼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란 의견도 있었다.
경기장의 일부를 철거한 뒤 주거공간으로 꾸리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최범준(30)씨는 2006년 새 홈 구장(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이전하며 기존 홈 구장인 하이버리 스타디움 일대를 지역민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사례를 언급하면서 “관중석을 한 면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세 개 면을 없애다시피 하면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양질의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영국에선 챔피언십(2부리그) 클럽인 브렌트포드의 옛구장 그리핀파크, 웨스트햄의 옛구장 불린그라운드(업튼파크) 자리에 주거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경기장 안팎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반려견 테마파크’를 상설 운영한다면 수요가 많을 것”(문수진씨), “주차장이 충분하다는 장점을 살려 어린이들을 위한 스포츠 복합시설 및 직업체험시설을 꾸린다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익명) 등의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