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등을 재조사했던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내 조사팀 변경 사실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사건 재배당이 이뤄진 핵심 사유 중 하나는 ‘김 전 차관 뇌물죄 적용 검토’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조사를 맡았던 팀에서 ‘공소시효 완성’을 들어 김 전 차관 사법처리의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자, 뇌물수수죄 적용 실현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위해 조사팀을 아예 교체했다는 의미다.
이규원(44) 당시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불법 소지가 짙은 방법까지 동원,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출금)하게 된 건 결국 진상규명보다는 ‘형사처벌’이라는 목적의식을 앞세운 탓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 검사가 기존 조사팀 소속 검사한테서 사실상 강제로 사건을 빼앗아가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조사팀 교체 후에야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뇌물죄 검토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15일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복수의 관계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2018년 11월쯤 김 전 차관 사건 담당 조사팀은 기존 5팀에서 신설된 8팀으로 바뀌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15개 과거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진상조사단은 같은 해 2월, 당초 6개 팀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김 전 차관 의혹은 5팀에 배당됐는데, 담당자였던 A 검사는 2013~2014년 성접대 의혹을 수사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위를 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수미상 성접대엔 주로 일반 뇌물죄를 적용하는데,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난 상태여서 김 전 차관 형사처벌이 사실상 힘들다는 게 5팀의 잠정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방향에 내부 불만이 제기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조사단에서 활동했던 B씨는 “여러 조사팀에서 변호사ㆍ교수 등 외부위원과 검사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검사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중도 이탈하는 외부위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검찰권 남용이 문제가 된 사건일 땐, 종종 대립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 출신 인사인 C씨는 “검사들은 ‘친정’이 관련돼 있어 조사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조사단 자체가 한 차례 개편됐고, △7~9팀 △총괄팀 등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 기존 5팀과 신설 8팀의 시각은 확연히 달랐다는 게 복수의 증언이다. 5팀은 2013년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1차 수사를 맡았던 경찰과 검찰의 직무유기 의혹을 중점적으로 파헤쳤고, 때문에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죄 적용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의 형사처벌 가능성은 낮게 본 셈이다.
반면, 8팀은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면서 사건을 재검토했다고 한다. 1억원 이상 뇌물수수의 경우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도 최대 15년까지 늘어나는 만큼, 특가법 적용 방법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구체성이 떨어졌는데도 “2007~2008년 김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진술에 상당한 무게를 뒀던 이유다. 조사단 출신 D씨는 “5팀은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전혀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8팀이 나선 다음에 본격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재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을 3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고, 그는 2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법원에서 인정된 혐의는 윤씨와 관련한 성접대나 금품수수가 아니었고, 또 다른 인물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