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이 11만으로? 멕시코가 코로나19 사망자 줄이는 법

입력
2021.01.16 07:00
서방 언론들, 정부 공식 집계 축소 의혹 제기
민간 판정 포함했지만 이번엔 검사 까다롭게

멕시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자 민간 병원의 '양성' 판정 사망자까지 통계에 넣겠다며 한발 물러섰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치가 늘어나는 게 싫어서인지 이번에는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진단 검사를 덜 하는 식으로 재차 '꼼수'를 쓰는 듯한 모습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멕시코에서 26만5,0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같은 기간 멕시코 당국의 집계인 11만4,000명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도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감추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자 축소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해 5월이다. WSJ뿐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미국과 영국 유력 일간지들이 이구동성으로 실제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3배가 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멕시코시티에서 발급된 사망 진단서를 분석했는데, 특히 공식 집계에 합산되지 않는 '코로나19 의심' 소견 사망 환자가 많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축소 개연성이 있는 건 사망자뿐 아니다. 확진자 수도 멕시코 정부가 줄였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한다. 신문은 멕시코주(州) 코요테펙에서 지난해 6월부터 29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지만 아무도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가족을 예로 들었다. 이들이 누락된 건 사설 기관에서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멕시코 보건 당국은 민간에서 판정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오직 정부가 지정한 공립 병원에서 '공식' 판정을 받는 환자만 정부 통계에 들어간다. 안드레스 몬토야 코요테펙 시장 권한대행은 "공식 수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정부 집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식 검사를 받지 않은 코로나19 사망자도 정부 집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문턱을 높였다. 정부가 승인한 의사 위원회의 검토를 의무적으로 받게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집계에 포함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현지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휴고 로페즈 가텔 보건부 차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량 진단 검사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집계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대통령을 대신해 감염 규모를 쪼그라뜨리려는 정치적 노력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제이미 세풀베다 아모르 전 멕시코 국립보건원 국장은 "지금 멕시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추문이 아니라 범죄"라고 일갈했다.

물론 정부는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루이 로페즈 리다우라 멕시코 국립 질병예방통제센터장은 "초기보다 몇 배 더 많은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을 관찰하기 위한 기존 기준에 충분히 입각한 진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를 향한 멕시코 주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이인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