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간) 수조달러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 부양안’을 내놓는다. 개인에게 현금 2,000달러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보급ㆍ접종 가속을 위한 지원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액수가 지난해 말 이뤄진 부양안보다 많을 것이란 관측이 다수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재정적자 우려도 커지면서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일인당 2,000달러씩 지급하는 단기 구제책과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계획에 기초한 장기 부양안을 공개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부양안의 핵심은 개인 현금지급액을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리는 것이다. 빈곤ㆍ중산층 가정 대상 아동수당 지급, 코로나19 백신 지원금 등도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가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9,000억 달러(약 987조원) 규모 부양책에 합의한지 한 달 만에 슈퍼 부양책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번 부양안은 당정 고위급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되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이 바이든 당선인과 부양안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고 전했다. 특히 슈머 의원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부양안 규모를 1조3,000억달러(1,428조원)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총 예산이 2조달러(2,19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측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는 민주당이 직전 부양안 논의 과정에서 주장했던 금액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 부양안을 처리했지만 공화당은 5,000억달러 부양안을 고수했다. 반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추가 부양책은 이후 초당파 의원들이 절충점(9,080억달러)을 제시하며 지난달 초 가까스로 의회에서 가결됐다.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안은) 그저 착수금일 뿐”이라고 밝혀 취임 후 대규모 추가 부양책 추진을 시사했다.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한 만큼 ‘바이든표’ 부양안은 이전보다 수월하게 통과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역시 원안 가결 여부는 불확실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안에서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블룸버그는 이날 지난해 10~12월 연방정부 적자액이 5,729억달러(628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나 급증한 것으로, 매년 10월 시작되는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분기 최다 적자 규모다. AFP통신은 “민주당 내 온건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2,000달러 지급안에 주저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부양안 통과를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포섭해야 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