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안잘알'들의 잇단 안철수 비판...개인적 원한? 견제구?

입력
2021.01.14 16:00
과거 安과 한솥밥 먹었던 국민의힘 인사들 
"바뀐 게 없어"… 잇따라 안철수 한계 지적
반격 나선 安 "정치 비방 안타깝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력 주자로 떠올랐죠. 야권 단일화의 핵심 변수가 되면서 안 대표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 대표가 치고 나가다 보니 다른 야권 주자들은 잇따라 견제구를 날리기 마련입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까지 경쟁자들은 연일 안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비판은 안 대표의 경쟁 상대들이기에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한때 안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안 대표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날을 세우고 나서 눈길을 끕니다. 안 대표와 중도보수 재건 작업을 같이 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부터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의 메시지가 눈에 띕니다.

물론 이들은 국민의힘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은 만큼 이들의 행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죠.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을 '안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 이른바 '안잘알'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똑같이 "겪어 보면 안 대표가 바뀌지 않은 걸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김종인 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까지 거론하며 '안잘알들은 모두 안 대표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합니다.

곁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이 '이 사람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기에 다른 정치인들의 비판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겠죠.

장진영 "安, 달라졌다는 증거 제시해 봐라"

장 위원장은 최근 "안 대표가 변했다는 증거를 제시해 달라"며 페이스북에 잇따라 안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장 위원장은 8일과 11일, 13일에 걸쳐 네 건의 글을 올렸는데요. 한결같이 제목은 '안철수가 변했을까'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와신상담의 각오를 다지며 변화된 자신을 믿어달라는 안 대표에게 찬물을 끼얹는 꼴이죠.

장 위원장은 2017년 8월 옛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도부 일원으로 안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었습니다. 2018년 2월에는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했죠. 장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안 대표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한 측근 중 한 명이었다"며 본인과 안 대표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자신이 이 같은 글을 올리게 된 건 안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 폭탄주를 돌리며 스킨십 행보를 보이자 일부 언론이 안 대표가 변했다고 보도한 게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과정을 적으며 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했는데요. 그는 제3지대가 몰락하게 된 책임이 안 대표에게 있지만, 정작 안 대표는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하지 않았다고 했죠.

장 위원장은 11일에는 2017년 대선후보 때 TV토론에서 저지른 안 대표의 실수를 소개하며 안 대표의 정치력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당시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죠.

장 위원장은 "안 대표는 공격 무기를 갖고 있었는데, 문재인 후보에게 '나는 갑철수가 아닌데 왜 그러세요'라고 투정을 부렸고, 문 후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며 "멘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멘트를 우스꽝스럽게 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安 비판 글에 '좋아요' 누른 김종인

장 위원장이 이 얘기를 꺼낸 건 안 대표가 김 위원장의 안부를 물으며 살갑게 변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 때문입니다. 그는 "안 대표는 마음에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얼굴 표정이 매우 굳거나 어색한 표정을 짓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대선 TV토론 때 알 수 있듯이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안 대표의 특성인데요.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답을 안 했다는 건 김 위원장도 안 대표가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게 내켜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간파했다는 설명이죠.

장 위원장은 13일에는 자신이 안 대표를 비판하는 건 안 대표를 저격하려는 게 아니라 안 대표에게 더는 야권의 미래를 맡겨선 안 된다고 생각해 메시지를 냈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치른 대가면 충분하다"며 "먼저 겪어 본 사람들 대다수가 그의 곁을 떠났다면, 단순히 떠난 정도가 아니라 등을 돌렸다면 이유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밌는 건 이 글에 김종인 위원장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 글과 8일에 올라온 제3지대 붕괴 책임에 대한 글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김 위원장 역시 안 대표가 자신의 문제를 반성하거나 성찰하지 않았고, (측근들이) 안 대표를 떠난 이유를 이해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개의 글에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안 대표와 함께 옛 국민의당에서 활동한 이상돈 전 의원도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지상욱·이준석 "安, 왜 '나 아니면 안 돼' 얘기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행보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는데요. 그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안 대표와 맞붙었고, 2018년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면서 같은 당에서 활동했죠.

이 전 최고위원은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때 그 전까지 제3지대론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번엔 야권 단일 후보가 되겠다고 해서 '역시 시작은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 패턴을 결국 단일화 과정에서 그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이어 "안 대표는 '나 아니면 안 돼. 내가 나가면 이기고 네가 나가면 진다' 이런 얘기를 또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러고 있다"며 "'당신들이 나가면 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면서 듣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모욕적일 수 있는 언사도 많이 할 것이다. 그게 굉장히 불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안 대표와 함께 일해 보지 않은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이 안 대표의 상징성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대와 합당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한 번 다들 겪어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창당 작업을 함께 했던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도 안 대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주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돈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예전 민주당 시절에는 그렇게 보수에게 나라 못 맡긴다고 독기 서리게 발언하더니 지금은 거꾸로다. 이 기적의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느냐)"라고 일갈했습니다.

지 원장은 또 "지난 총선에서 능력이 없어 지역구 후보를 못 내고 비례정당을 지향하더니 이제 와서는 양보를 했다고 하느냐"며 "당시에는 후보 단일화 논의도 안 하더니, 지역구 후보를 안 낸 다른 소수정당도 모두 양보했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이 근거 없이 비판"

안 대표는 자신에 대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반격에 나섰습니다.

그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와 정치를 함께하지도 않았고, 저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비판을 한다"며 "그분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재기를 위해 그런 것을 잘 알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는데요. 안잘알이라며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은 정작 본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며 정치 비방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겁니다.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안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상대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요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야권 전체는 안 대표에게 상처 줘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근거 없는 비방은 결과적으로 여당을 이롭게 하는 엑스맨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신경전에 과거 정치적 인연 또는 악연까지 겹치며 당분간 양측 인사들의 날선 공방의 계속될 것 같네요.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