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표 공공재개발’ 신청 쇄도… "시공사 맘대로 공사비 못 올려"

입력
2021.01.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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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대책' 서울 도심 공공재개발의 원형
총 70곳 사업지 신청 인기몰이
15일 시범사업지 1차 발표

서울 도심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공공재개발 사업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5·6 부동산 대책' 중 하나인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되기 위해 무려 70곳이 신청서를 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공공이 공동으로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된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사업지로 선정되면 분양가상한제 제외,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사업비 융자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50% 이상을 공적 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다만 기부채납 비율은 개별 사업지의 특성에 맞게 완화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신청서를 낸 기존 정비구역 14곳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 사업지를 확정해 15일 발표한다. 나머지 56곳 중에선 오는 3월 말 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SH 사장 시절 천호1구역 재개발 성공 사례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되기 위한 신청이 쇄도한 것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변 장관은 SH 사장 시절 도시환경정비구역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강동구 천호1구역 재개발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조합의 요청에 따라 공동시행자로 처음 사업에 참여한 SH는 주로 사업 관리(설계ㆍ관리ㆍ감리)와 사업비 조달 업무를 맡았고, 조합은 시공사 선정과 분양 등을 진행했다. 이런 업무 분장은 지금의 공공재개발의 원형이 됐다.

당시 천호1구역은 2003년 뉴타운지구, 2009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각종 이권 다툼, 낮은 사업성 등으로 2015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기까지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2016년 6월 SH와 사업 공동시행 약정을 체결한 뒤 2017년 12월 시공사 선정, 2019년 1월 관리처분계획인가, 2020년 3월 이주완료, 9월 기공식까지 마무리했다. 전통시장 네 곳과 ‘집창촌’이 밀집했던 이 구역은 이제 지상 40층 규모 아파트 999가구(임대 117가구)와 오피스텔 264가구를 포함한 주상복합시설로 변모한다.

“공공에서 관리ㆍ감독, 시공사는 건설에 충실”

‘변창흠표’ 공공재개발의 수혜를 받은 김종광 천호1구역 조합장은 “건설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공공에서 초기 자금을 지원해주고 관리ㆍ감독을 하니까 시공사가 중간에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고 설계한 내역 대로 공사만 하게 된다”며 '깜깜이 공사', 조합원들과의 마찰 없이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한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민간과 직접 사업을 할 때는 건설업자들이 초기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더라. 돌아서면 남이 된다”면서 “지원한 걸 빌미로 나중에 설계 변경 등의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조합에게 추가로 요구하면 조합 내 의견이 틀어지고 결국 사업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민간 재개발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또한 공공이 들어갔다고 사업 주체가 바뀌거나, 부당한 기부채납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공이 지으면 아파트 품질을 우려하는데, 이 부분은 조합이 주체가 돼 시공사를 선정하니까 문제될 게 없다”며 “기부채납 같은 경우는 임대주택을 17% 지었지만 용적률 상향 등으로 혜택을 충분히 받은 만큼 조합원들도 이해해줬다”고 설명했다.

당초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 목표는 4만 가구였지만 이처럼 시장이 호응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한 만큼 올해 사업자 확대를 통해 목표 물량을 더욱 늘릴 여지도 있다. 변 장관도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서울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고 공급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고 공급 확대를 자신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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