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후폭풍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인생을 넘어 개인 사업에도 불어 닥쳤다. 돈줄인 금융사가 거래 중단을 선언했고 이미 감염병 여파로 타격을 받은 호텔과 골프장 사업은 트럼프에 반감을 느낀 이용객들의 탈출 러시 위기에 직면했다.
1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 도이체방크는 이날 의회 침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개인은 물론 회사와도 일절 거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은행은 20년간 거래한 트럼프 사업의 자금 원천이다. 하지만 이날 ‘손절’ 선언으로 트럼프그룹은 총 3억달러(3,290억원)가 넘는 대출금을 만기가 돌아오는 2024년까지 죄다 갚아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530만달러(58억원) 규모의 당좌예금을 보유한 뉴욕 시그니처은행은 대통령 사임까지 요구하면서 계좌 폐쇄 방침을 밝혔다. 플로리다주(州) 기반의 프로페셔널은행도 트럼프 회사와 거래를 바로 끊고, 앞으로도 엮일 일은 없다고 통보했다.
금전적 손실은 이미 매출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이름을 사용해 고객을 유치하던 골프장과 호텔 등이 의사당 난입 사태에 트럼프 퇴임까지 겹치면서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골프, 리조트 등이 매출 과반을 차지하는 트럼프그룹은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회 폭력 사태 후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트럼프그룹과 맺은 연간 수백만달러 규모의 관광 명소 골프장 운영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또 미국프로골프(PGA)는 2022 챔피언십 개최지를 트럼프그룹 소유 골프장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국제행사 개최는 브랜드 마케팅에 매우 중요해 PGA 챔피언십 개최 불발은 드러난 손해보다 트럼프에게 훨씬 뼈아플 것이란 평이다.
부동산 매각도 어려워 꽉 막힌 돈줄을 풀 방법도 마땅치 않다. 지난해 초 워싱턴 호텔을 매물로 내놨지만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여전히 대기 중이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무실 건물 역시 일부를 팔아 자금 운용에 숨통을 틔울 요량이었으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결국 매각 계획을 보류했다.
유일하게 기댈 언덕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트럼프 자신이다. 대통령이란 외피를 벗으면 여러 분야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적 거래를 금지하는 등 대통령의 윤리적 의무에서 자유로워진 트럼프가 브라질, 이스라엘, 인도 등에서 새로운 거래처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국가들을 돌며 거액의 강연료를 챙기는 식이다. NYT는 이어 "트럼프가 아무리 뭐라 해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