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불과 일주일 남겨놓고 탄핵 위기에 내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먼저 탄핵당했다. 6일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 전후로 폭력을 선동하고 미화해 트위터의 운영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팔로워는 8,800만명. 남북한 인구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온라인 이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트위터를 개설한 지 11년 6개월 만이다.
시작은 평범했다. 2009년 5월 4일 유명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 출연한다는 홍보 트윗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TV리얼리티쇼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볍게 트위터에 입문한 그는 숱한 말들을 쏟아냈다. 4,273일 동안 올린 트윗은 무려 4만6,694개. 일주일 평균 77개를 썼다. 손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을 틈이 없었던 셈이다.
13일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트위터 활동은 수년간 변동을 거듭했다. 2010년에는 142개, 2011년에는 772개를 올렸지만, 2012년부터 수가 급증해 3,523개를 게재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가짜 음모론’에 심취한 이후다. 2013년에는 8,128개를 올렸는데, 일주일 평균 156개, 하루 22개 이상 트윗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트럼프의 트위터 활동은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11ㆍ3 대선이 있던 지난해 다시 폭발했다. 새로운 트윗은 6,280개, 리트윗은 5,956개로 무려 1만2,236개를 쏟아냈다.
어조의 변천사도 뚜렷하다. 캐나다 컴퓨터과학자 사이프 모하마드와 피터 퍼니는 수집한 1만4,182개의 단어를 사용, 전체 트럼프 트윗을 대상으로 감정 관련 언급만 추렸다. 조사 결과, 초창기에는 즐거움 관련 용어가 분노나 공포보다 많았다. 2015년에는 2대 1 비율이었다. 그러나 2018년까지 분노와 공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나중에는 긍정적 감정을 압도했다. 그 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버튼이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내가 가진 핵 버튼은 훨씬 크고 강력하다”며 조롱했고,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는 “미국을 위협하면 이전에 결코 경험한 없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을 향해 “마녀사냥”이라고 격분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해고한 것도 2018년이다.
전체 트윗에서 분노ㆍ공포와 관련된 언급은 각각 9,152개와 9,173개였다. 즐거움 연계 단어가 7,483개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또 ‘트럼프 트위터 아카이브’ 사이트를 보면 트럼프는 이민자, 중국, 러시아부터 슈퍼볼 경기, 아카데미시상식까지 온갖 것들을 비난했는데,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지구온난화 문제, 언론에 대한 혐오가 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외국인이라는 억지 주장을 담은 트윗만 80여개. 그 외 60여개 트윗도 “무능하다” “끔찍하다” “형편없다” “최악의 대통령” 등등 비난 일색이다. 지구온난화가 사기라는 주장 또한 100개가 넘고, 언론을 경멸하는 트윗은 정리된 것만 300개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험악한 트윗으로 대선이 열리기 몇 주 전인 지난해 9월 미국의 우편투표 시스템이 사기라고 비난한 것을 꼽았다. 의사당 난동 사태로 6명이 사망했는데도 폭도들을 “애국자”라고 미화한 내용도 최악을 다툴 때 빠져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