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익 공유제'를 꺼내 든 것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K자형 충격'을 고려해 사회에 '연대'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플랫폼 기업 등 이익을 본 계층이 과연 이 같은 '착한 제안'에 자발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앞선 착한 임대인 제도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등의 정책에서도 민간의 참여는 저조했다.
결국 성과를 내려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관제 기부'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에 '착한'이라는 프레임을 붙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익공유제를 꺼내든 정치권은 국민과 기업들의 '선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꺼낸 ‘착한 정책’ 성과를 보면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깎아 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한 임대인은 약 6,000명에 그친다. 정부는 임대인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당초 임대료 인하분의 50%였던 세액공제 비율을 70%까지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긴급재난지원금도 실제 기부로 이어진 돈은 전체 지급액의 1.95%(2,782억원)에 머물렀다.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민주당 의원들, 고위 공무원, 기업 임원들이 연이어 기부 선언을 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기부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과거 ‘금모으기 운동’을 생각하고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에는 당시에 비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며 “여유가 없는 것은 물론 착한 정책 프레임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쉽게 참여한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당근'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정책 참여에 따른 이익보다 손실이 크면 기업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 참여 독려가 결국 ‘기업 팔 비틀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이나 카카오페이, 배달의민족 등 비대면 시장 확대로 수혜를 본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지표도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없었다"며 "반도체나 2차전지처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과연 코로나19로 혜택을 본 기업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암흑기를 잘 버틸 수 있도록 돕자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발상이 반시장적"이라며 "기업의 팔을 비튼다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지 않고, 결국 부담은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썼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강조되고, 기업 이미지나 사회공헌활동이 투자나 소비와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자발적 참여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이익을 공유한다기보다는 고통을 분담한다는 측면, 지금 기여하면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 보험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해법은 정부의 적극적 행정이다. 재정이 더 들더라도 정부가 피해를 본 계층을 위해 충분한 수준의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회성 지원이 아닌 법적 근거를 갖춘 ‘손실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독일의 경우 세금 신고자료를 근거로 자영업자의 손실 규모를 따져 고정비의 90%까지 보상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감염병예방법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이에 따른 손실 보상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시스템적으로 충분한 지원에 나선다면 반복되는 재난지원금 논쟁이나 이익공유제 등의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익 공유 대신 정의당 주장처럼 '사회연대세'를 걷어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하 교수는 “일정 기간 방역조치가 지속되면 여기에 협력하면서 손해를 본 업종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을 하는 일종의 자동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이 같은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