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최측근들의 ‘금품 수수’ 범행을 선거 한 달 반 전에 인지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 해 4월 11일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이 “1억원 제공을 요구받았다”고 박 후보자에게 직접 보고한 것 외에, 같은 달 말쯤 박 후보자의 의원실 소속 보좌관도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 국회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보좌관을 통해서 박 후보자도 최소한 이때쯤엔 ‘문제 발생’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당시, 금품을 뜯긴 대전 구의원 후보자에게 사실 확인 등을 위한 연락조차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자가 측근들의 범행을 제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했는지, 아니면 선거 전까지 그대로 묵인ㆍ방조한 것인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이 사건에 관련된 복수의 인사들 증언을 종합하면, 2018년 4월 26일 박 후보자 의원실 소속 보좌관 문모씨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 당시 지방선거 출마자 신분이었던 김 전 의원과 방차석 전 구의원을 면담했다. 박 후보자의 최측근인 전문학(50)씨와 변재형(48)씨가 두 사람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지자, 이를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방 전 의원은 이미 전씨 등에게 3차례에 걸쳐 총 3,950만원을 전달했고, 김 전 의원은 1억원 요구에 응하지 않던 상태였다.
김 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변씨에게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하자, ‘선거사무실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었고, 갈등이 생기자 문씨가 대전으로 찾아와 얘기를 듣는 날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때 방 전 의원과 함께 문씨를 만나서 사정을 설명했고, 문씨는 ‘일단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면담 이후, 전씨와 변씨는 해당 선거캠프에서 나갔고 방 전 의원은 3,950만원 중 2,000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박 후보자가 사태 해결을 위해 ‘관리자’로서 직접 나섰다고 볼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자신에게 직접 고충을 토로한 김 전 의원 외에, 이미 전씨 등에 금품을 건넨 ‘방 전 의원의 사례’를 문씨한테서 보고받고 관련 조치를 취할 법도 한데 박 후보자는 방 전 의원에게 어떤 연락이나 접촉 시도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방 전 의원도 2년 전 박 후보자의 무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2018년 12월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은 것”이라고 적은 글을 남겼다. 박 후보자가 최대한 빨리 진상 파악을 해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 화를 키웠다는 의미였다. 당시 방 전 의원은 주변에 이러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그는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스스로 구의원직에서 물러났다.
물론 현재로선 박 후보자에게 ‘선거법 위반 방조’라는 법적 책임을 물을 뚜렷한 근거는 없다. 김 전 의원이 해당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후보자 측은 “이미 법적 판단이 끝났는데, 구체적 사실 관계를 다투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 후보자의 ‘도의적 책임’도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박 후보자의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모두 면제해 주는 건 아니다”라며 “특히 보좌관이 이 사건 내용을 파악한 후, 박 후보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취했는지 등을 충실히 설명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