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배터리·바이오·로봇… 대기업들 미래 건 '영끌 투자' 러시

입력
2021.01.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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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인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변모할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9년 10월 수석부회장 시절 이같은 미래 구상안을 밝혔다. 그로부터 1년여 후인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미래 구상안 현실화에 시동을 걸었다. 정 회장은 사재 2,400억원까지 털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현대차 뿐이 아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그룹은 요즘 앞다퉈 미래 신산업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투자의 공통 분모는 우선 수소와 배터리 사업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또 바이오, 로봇 등에도 투자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총수들이 직접 나서 사업구조 개편을 지휘하고 있어 머지 않아 각 그룹의 간판 업종도 바뀔 태세다. 현대차가 신차 대신 로봇 발표회를 하고, 포스코가 철강 대신 배터리(2차전지)를 파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 수소시장으로 돌진"

12일 재계에 따르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는 수소는 국내 10대 그룹의 절반 이상이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신산업이다.

수소 생태계 구현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수소사업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수소차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선박과 철도, 지게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연 20만개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SK그룹도 지난해 말 수소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SK㈜는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의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전담 조직(수소사업 추진단)까지 출범시켰다. 지난 6일에는 1조6,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수소기업인 미국의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SK그룹은 계열사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액화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해, 수도권 지역에 액화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수소 시장 선점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강원도에 재생 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의 고압탱크 업체 시마론 지분 100%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를 확보하라"

‘포스트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도 대기업들이 다투어 투자 카드를 꺼내는 분야다. SK, LG, 삼성은 배터리셀을 생산 중이며 SK, 롯데, 한화, 포스코 등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지난달 LG화학으로부터 분할해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전문기업’ 탄생을 계기로 ‘글로벌 1위’ 되찾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해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배터리 소재 쪽도 투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 외에도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 등을 계열사로 확보해 그룹 내 배터리 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LG화학도 충북 청주에 약 2,0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톤 규모의 양극재 설비 증설에 나섰고 내년에도 연산 6만톤 규모의 구미 공장을 착공한다. LG화학이 최근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한 양극재 합작법인도 지난달 말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SDI는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BM과 합작 형태로 포항공장 증설에 투자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배터리 사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일본의 배터리 양ㆍ음극재를 생산하는 히타치케미칼의 모회사(쇼와덴코) 지분 4.69%를 1,617억원에 사들였다.

우리나라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도 배터리의 양ㆍ음극재 생산을 위해 포스코케미칼의 1조원 유상 증자에 나서기로 했다. GS그룹은 1,000억원을 투자해 폐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잘 키운 바이오ㆍ로봇, 반도체 안 부럽다"

바이오 부문에서는 SK와 삼성, LG, CJ 등이 적극이다. SK그룹은 계열사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팜테코 등을 통해 바이오 사업에 나서고 있고, 국내외 바이오기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3년간 SK㈜의 바이오벤처 투자금은 300억원을 뛰어넘는다. SK는 최근 프랑스 바이오 CMO 업체인 이포스케시 인수에도 뛰어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꾸준한 투자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매출 5,358억, 영업이익 557억원이었던 실적은 지난해에는 매출 1조749억원, 영업이익 2,689억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은 LG화학을 통해 현재 7개인 신약 후보물질을 2025년까지 15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CJ그룹은 CJ제일제당을 통해 다양한 신약개발 업체에 투자 중이다.

현대차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로보틱스 분야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1조원대 규모의 미국 로봇 개발업체 인수했고,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도 제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스타트업 등과 협력하며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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