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 오직 센서로만 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헬스케어, 최적의 음질과 화질을 제공하는 AI 기반의 스마트 TV.
11일(미국 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박람회인 'CES 2021'의 키워드는 '포스트 코로나'로 요약될 전망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갑작스럽게 다가온 '비대면 일상'을 반영한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제품에 AI가 탑재되는 등 기술 융합이 더 빨라질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국내 전자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막 첫날부터 나란히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진보된 혁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두 기업 모두 코로나19로 더 중요해진 '집'에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집에서 일하고, 배우는 등 '집'의 역할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AI 가전인 '삼성 제트봇 AI'를 처음 공개,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계 최초로 인텔의 AI 솔루션가 탑재된 AI 로봇청소기다. 딥러닝 기반으로 1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사전에 학습해 반려견의 배설물 등 피해야 할 물건은 알아서 피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만 콕 집어내 청소도 할 수 있다. 로봇에 달린 각종 센서를 이용해 원격으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도 가능하다. 식기 정리 등 다양한 집안일을 돕는데 유용한 '미래 가정용 로봇'도 잇따라 선보였다. 이외 각종 가전 제품에도 AI 기능이 탑재돼 세탁기와 건조기는 소비자의 세탁 습관에 따라 세탁과 건조를 수행하고, TV는 최적의 음향과 화질을 제공한다고 한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은 "로봇은 AI 기반의 개인화된 서비스의 정점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된 결합을 통해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올해 전략 제품과 신기술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소중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겠다"며 이전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LG 씽큐 앱'을 선보였다. 기존엔 단순히 가전을 제어하는 수준이었다면, 향후엔 AI 기술 기반으로 제품의 작동 상태를 분석해 예상되는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알려주는 식의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날 처음으로 화면 크기를 손으로 늘리고 줄일 수 있는 '롤러블 폰' 영상도 공개했다.
이번 CES 2021 행사에선 헬스 관련 제품이 대거 등장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CES 혁신상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 알고케어가 선보인 '알고케어 솔루션'은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맞춤형 영양제를 추전해준다. 이번 CES에선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각종 장치의 세균을 없애는 장치, 스마트폰을 이용한 바이러스 감지기, 카메라 없이 오직 센서로 노인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활동 센서 등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예년만 해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장은 기업들이 앞다퉈 차린 초대형 전시장 등으로 볼거리가 가득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돼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CES 참가 기업(1,950곳) 숫자도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우리나라 참가 기업 수는 341곳으로 주최국인 미국(567개) 다음으로 많아 오히려 우리기업에 대한 주목도는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간 CES를 점령하다시피한 중국은 지난해부터 발을 빼기 시작해 올해는 참여 기업이 200여곳에 그쳤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번 CES에선 코로나로 기술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더 중요해진 집을 위한 기술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보는 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