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 새끼….”
산업 현장의 중대 재해 발생시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8일 오후 5시 40분쯤.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 천막 뒤로 김미숙(53)씨의 울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김씨 아들 김용균씨는 2년 전 산업재해로 숨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다. 김씨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29일째 곡기를 끊었다. 강추위를 견디며 풍찬노숙 하면서도 결연함을 잃지 않았던 김씨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전한 법 통과 소식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천막 너머로 단식 농성자들이 가슴을 치는 소리, 서로 부둥켜 안고 흐느끼는 울음, "미안하는" 사과와 "괜찮다"는 위로가 뒤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원안보다 후퇴된 형태로나마 법이 통과된 데 대한 후련함, 그리고 깊은 아쉬움이 뒤섞인 채였다.
김씨와 2017년 숨진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재 유가족은 중대재해법 통과의 최대 동력이었다. 산재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한국의 현실을 자신들의 존재로서 환기하며 거대 양당을 압박했다.
법 통과 직후 이들은 해단식을 갖고 단식을 멈췄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이 제외되고, 공무원 처벌 조항이 빠지는 등 법 내용이 후퇴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씨는 정의당과 함께한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10만명이 입법 발의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법 만들겠다고 많이 외치고 뭉쳐 췄다. 그 힘으로 제가 버틸 수 있었다”며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용관씨는 “이달 27일이 한빛이 37번째 생일인데, 아들과 산업재해, 시민재해로 돌아가신 모든 영혼에게 중대재해법을 바친다”며 울먹였다. 그가 산업재해 사망자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자 김미숙씨도 눈물을 훔쳤다.
건강 악화로 지난 3일 먼저 단식을 중단한 강은미 원내대표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너무 부족하고 갈 길이 멀지만 열악한 현장의 노동자가 다치지 않게 이법의 다음 과제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해단식을 마친 오후 6시 20분쯤 김씨와 이씨는 병원으로 갔다.
해단식 기자회견 직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산재 유가족을 찾아 위로했다. 민주당 박주민, 양이원영, 이해식 의원 등은 해단식을 지켜보다가 길어지자 중간에 발걸음을 돌렸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홀로 끝까지 남아 있다 산재 유가족과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