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고, 꺼지고, 되돌아오고... "이렇게 추웠던 적이 있었나"

입력
2021.01.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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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온 20년 만에 최저
동파 사고...전력 공급 끊겨
제주행 항공기 김포로 회항


북극발 강추위가 8일 절정에 달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동파 피해는 물론 엄동설한에 전국 각지에서 정전 사고가 나 주민들은 불안과 추위에 떨었다. 남부지방에도 수십년 만의 한파와 폭설이 덮쳐 국토 최남단 공항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되는 등 하늘길도 꽁꽁 얼었붙었다. 이날 서울 기온은 20년 만에 가장 낮은 영하 18.6도를 기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8분쯤 인천 부평구 갈산동 신부평변전소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나 부평·계양구 일부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인천 아파트 13곳에선 승강기 안에 주민이 갇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정전은 서울과 광주, 전남 해남 일부지역에서도 발생, 한때 8만 가구 가까이가 추위에 떨었다. 전날 오전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오피스텔에서도 2,3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부평구 한 주민은 "보일러가 멈춘 데다 정전으로 온열기도 쓰지 못해 얼어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수도계량기와 수도관 동파 신고는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각각 634건, 13건에 달했다. 한랭질환자는 전날 기준으로 8명이 증가, 올 겨울 누적 질환자 수는 172명(사망 4명)을 기록했다.


제주공항에 대설· 강풍 특보…여객선·도로도 일부 통제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항공편 193편의 발이 묶였다. 이 중 93편이 제주공항 출발 항공편이다. 제주공항에는 이전 오전 11시 현재 6.5㎝의 눈이 쌓이는 등 대설,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

전날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 2편은 제주공항 상공을 맴돌다가 결국 착륙을 포기하고 김포공항으로 회항하기도 했다. 김포공항 이륙 약 3시간 만이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제주공항이 폭설로 이·착륙이 어려워지면서 전국 공항에서 결항이 잇따랐다"며 "출발 당시에는 제주공항 착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착륙 시점에 갑자기 폭설이 쏟아지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회항시킨다"고 말했다.


바닷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항~울릉, 백령~인천 등 47개 항로에서 여객선 57척도 한파에 발이 묶였다. 낚시어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도로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17㎞ 부근 1차로와 산간지역, 고갯길 등 16곳이 통제됐다. 지역별로 전남 7곳, 경남 3곳, 제주 3곳, 전북 1곳 등이다. 무등산, 지리산, 내장산 등 6개 국립공원 168개 탐방로 출입도 통제됐다.

기상청은 중부지방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한파가 12일까지 이어지고 충남·전라·서해안·제주에 10일까지 5~15㎝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환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