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야소는 바이든의 날개가 되어 줄까

입력
2021.0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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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11월 초의 대선 결과를 상징적으로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다수의 언론과 미국인들이 '폭도'로 규정하고 비난하지만, 공화당 지지자의 45%는 이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야말로 미국이 두 개의 나라로 쪼개진 듯 보인다.

사실 그날 아침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 기쁜 소식이 있었다. 조지아주에서 있었던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 결과 민주당이 2석을 모두 이겨서 상원 다수당이 된 것이다. 이로써 대통령, 상원, 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이른바 '여대야소'가 탄생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그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목표를 쉽게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여대야소와 여소야대의 입법 실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8년까지 법안 통과율은 57% 대 51%로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법안이 초당적 지지로 통과되거나 아예 통과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0% 미만의 소수당 의원만 반대하며 통과된 초당적 법안의 비율이 하원은 90%, 상원은 95%를 훌쩍 넘겼고, 몇몇 소수당 의원이 다수당 쪽에 가담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가장 큰 원인은 연방상원의 필리버스터 제도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무제한 토론이 대표적인데, 누구든지 발언권이 보장되어 있고 그 내용도 제한이 없다. 성경이나 헌법을 읽은 의원들이 부지기수였고, 아이다호 출신 의원은 그 주에서 많이 나는 감자로 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 책을 읽기도 했다. 또, 의사정족수를 다시 세어보자고 하거나 회의를 끝내자는 안건을 제출해서 약 20분 넘게 걸리는 호명투표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전략도 사용되었다. 물론 상원 규칙상 재적의원 5분의 3인 60명 의원의 동의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지만, 소수당이 전략적으로 반대할 경우 현재 50석만 가진 다수당이 마음대로 밀어붙이긴 어렵다.



거기에 민주당 내부의 의견 일치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양한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들이 선거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현재의 민주당 특성상,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 리스트를 정당 지도부가 정해서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갈 수 없다.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이견을 감추고 바이든을 지지했던 민주당 내 진보진영을 만족시키려면, 지역구에서 간신히 승리한 중도 성향 의원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척점을 분명히 해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밍밍한 정책 변화를 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연방의원들은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법안에 반대할 인센티브가 많아졌다. 다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프라이머리에 참가하는 유권자들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후원금도 많이 내고 선거기간에 자원봉사도 하는데, 이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이념적으로 더 선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2020년만 하더라도 정당 불문하고 상당수 중도 성향 의원들이 워싱턴에서 '타협했다'는 이유로 당내 경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행정부 주도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의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을 이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불법이민자 추방 등 대다수의 정책을 이 경로로 추진했었는데, 이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그 이전 전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링컨의 노예해방도 처음엔 행정명령으로 시작했고,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그리고 인종차별 금지와 직장내 차별 금지 등 수많은 역사적 정책들이 그러했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통령이 서명할 때 덧붙이는 의견(signing statements)을 이용할 수도 있다. 법안의 구체적인 조항이 위헌적이라고 한다든지, 모호하게 만들어진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 이후로 사용 빈도가 급격히 늘었는데, 실질적인 효과와 변화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폭력까지 불사하며 의사당을 점거한 반대 진영을 앞에 둔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