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영업자 찔끔 지원할 때... 일·유럽은 대규모 현금 쐈다

입력
2021.01.10 17:30
영국 '3차 봉쇄' 선언과 동시에 1300만원씩 지원
독일 '기존 매출 75%' 우선 보장
일본 '비상사태' 발령, 영업 단축만 해도 1일 6만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고, 수시로 '봉쇄'급 조치를 취하는 유럽의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겹다. 영국과 독일 정부는 위기에 몰린 이들을 달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3차 봉쇄' 몰린 영국, 소매·접객업체에 6조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4일(현지시간) '3차 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기존 코로나19도 큰 부담인데 확산력이 더 강하다고 알려진 변종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자칫 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에서 꺼낸 극단적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나 유통업, 접객업 등이 평소대로였다면 수입이 많았을 대목인 연말·연초 기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중소기업을 위해 9,000파운드(약 1,300만원)를 일괄 지급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여기에 쓰는 비용은 총 46억 파운드(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비록 완벽한 구제는 쉽지 않지만 이런 조치는 가뭄에 단비임에는 틀림없다. 6일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한 한 영국 교민은 "영국은 셧다운 시 소상공인들한테 경제적 지원을 반드시 한다"며 "한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영업 단축만으로 1개월 180만엔까지 지원"



유럽식 '완전 봉쇄'가 아닌, 우리나라처럼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추구하는 일본의 자영업 지원은 더욱 규모가 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7일 '비상사태 선언'을 하면서 수도권 1도 3현(도쿄(東京)도, 지바(千葉)·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현) 음식점은 8시에 영업을 중단하고, 술은 7시까지만 판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들 업체에 협조금 취지로 1일 6만엔(약 6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에 '1일 2만엔 지급'에서 시작했는데, 음식점들이 협조하지 않자 현재 1일 6만엔까지 올랐다. 이론상 한 달 수령액이 180만엔(약 1,800만원). 오사카(大阪)부 등 다른 지역도 규모는 다르지만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비상사태를 발령하면서 지원금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음식점은 "계속해서 문을 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쿄 일대에 여러 매장을 가진 요식업 체인 '글로벌 다이닝'은 7일 대표 명의의 성명을 통해 "선언이 발령된 이후로도 영업은 평상시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현재 '비상사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 붕괴가 진짜인지 궁금하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물론 실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지원금 수준으로는 영업 중단시 수익이 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간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던 여론에 일부 역풍까지 불고 있다.



독일 "고정비용 위해 한 달 최대 50만 유로까지 지원"


앞서 소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례는 독일이다(본보 12월 15일자).

독일은 지난해 11월부터 중소기업에 평상시 매출액의 최대 75%를 지원하는 '노벰버힐페(11월 도움)'라는 제도를 도입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봉쇄 조치가 이어지자 12월에도 '데쳄버힐페(12월 도움)'로 연장했다.

정책을 구체적으로 보면, 지원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전년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올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매출의 75%, 상한선 100만유로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방식은 선지원 후증명에 가깝다. 구제를 신청한 기업은 75%를 일단 받은 다음, 전년도 매출의 25%가 넘는 수익을 올리면 그 이상 버는 액수만큼 당국에 되돌려 주도록 했다. 식당의 경우 '비대면 배달'로 거둔 매출은 방역 수칙을 지킨 가운데 영업을 하려는 노력으로 보기 때문에 환급 대상에서 빠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독일 정부는 올해 1~6월 사이에 기업의 임대료 등 필요 경비를 증명할 경우 한달 최대 50만유로(약 6억6,000만원)까지, 1인 기업(프리랜서)은 최대 5,000 유로(약 670만원)까지 지원하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독일 정부는 이런 지원에 들어갈 총 비용을 220억 유로(약 29조원)를 책정했지만, 현재 추세로 보면 이를 넘어설 수도 있다. 필요 재정이 천정부지로 치솟더라도 고정 비용은 최대한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역사적 재정' 썼지만, 뒷감당은 어떻게?



지독한 긴축주의로 유명했던 독일의 보수 정권이 이처럼 태도를 바꿔 재정을 쏟아내자 독일의 경제지표도 긍정적으로 바꿨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겨울 봉쇄가 처음 시작된 11월 독일의 소매 판매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전달보다 1.9% 증가했다. 2020년 1년 전체로 보면 약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등 전통적 소매업은 부진했지만 온라인 소매 업체와 인테리어, 가내 조립식(DIY) 상품 판매 등이 큰 폭으로 성장해 충격을 상쇄했다.

이에 독일의 좌파 성향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소매업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수입을 유지했다"라며 "때문에 여전히 즐겁게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효과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 구호 관련 누적된 정부 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지금까지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내놓은 모든 구호 패키지의 총비용을 8,265억유로로 추산했고, 최종적으로 대규모 봉쇄 대응을 위해 1조3,000억유로(약 1,700조원)까지 쓰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좌파당의 디트마어 바치 하원의원은 "정부가 역사적인 규모의 재정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부양의 대가로 중산층과 빈곤층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기에 빈부 격차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자에게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고통 분담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