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에 책임 물은 엄마들 "애 죽어도 매뉴얼만 따르면 되는거냐"

입력
2021.01.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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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한부모·아동단체, 청와대 앞 기자회견

"왜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건가요."

엄마들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도 길거리에 나섰다.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미혼모협회, 한국한부모연합, 국내입양인연대 등 미혼모·한부모·아동인권 단체들은 7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홀트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홀트가 정인이 학대를 막을 수 있는 기관이었는데도,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해 분노를 토했다.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가 이어졌음에도 홀트를 비롯해 그 어떤 곳에서도 정인이의 고통을 막아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홀트는 전날 사과문을 통해 정인이의 입양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사후관리도 매뉴얼에 따라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단체들은 "홀트는 아동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줄 책임이 있는 곳이지 않나. 단순히 매뉴얼에 따라서만 일하는 곳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관리감독기관인 복지부를 향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을 묻고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며 △특별감사 실시 △사후관리 방식과 입양부모 적격심사 상세내용 공개 △입양절차 공적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홀트가 입양 결연 전 양부모의 입양 동기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양부모와 입양 아동을 연결했는지 밝혀줄 것도 요구했다.


윤한슬 기자